한국 증시, MSCI 선진국 ‘관찰대상국’ 등재 가능성 높아져
증권가 “최대 44조원 유입 기대”
2028년 편입 후 자금 유출 우려
세계 최대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첫 관문인 ‘관찰대상국(Watch List)’ 등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증권가에서는 관찰대상국에 편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최대 44조원 규모의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실제 선진국 지수 편입이 이뤄지는 2028년 이후에는 대형주 편중 심화와 지수 내 비중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일부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등재 여부와 핵심 변수 =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는 오는 23일(현지시간) 연례 시장분류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시험대는 이번 6월 연례 리뷰에서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느냐이다. 18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 접근성 리뷰’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이번 연례 심사에서 관찰대상국에 등재될 경우 약 24개월의 관찰 기간을 거쳐 2028년 6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제 편입을 위해서는 관찰 기간 동안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개선 여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추진 중인 39개 제도 개선 과제 가운데 71.8%를 상반기에 모두 이행할 계획이며 내년까지 관련 로드맵에 따른 추가 제도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관건은 여전히 ‘외환시장(FX) 자유화’다. 주요 스케줄인 국내 외환시장 24시간 개장(2026년 7월 예정)과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2027년 1월 예정) 등이 올해 6월 심사 시점과 시차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2028년 발표, 2029년 실제 편입 유력 = 정부는 내년(2027년) 선진지수 편입 결정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후 안정성 평가 기간을 감안해 올해 관찰대상국 등재, 2028년 편입 발표, 2029년 실제 편입 시나리오를 가장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등재 시, 약 24개월 관찰 후 2028년 6월 편입 발표 가능성이 높다”며 “편입을 위해서는 관찰 기간 중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개선 여부가 관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한국 증시가 관찰대상국에 성공적으로 등재된다면, 실제 편입 발표 전인 2027년까지 한국 증시는 강력한 ‘제도 개선 모멘텀’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24시간 외환시장 개장과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정) 연계를 통한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수요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환율을 크게 안정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중장기적 밸류에이션 개선 효과를 반영할 경우 패시브 자금 기준 약 292억달러(약 44조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진지수 편입, 호재만은 아냐 = 하지만 선진지수로 올라가는 것이 호재만은 아니다. 편입 발표가 이뤄지는 2028년 6월 이후에는 자금 재조정 후폭풍이 일어나며 약 52억달러(약 8조원) 의 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글로벌 자금이 MSCI 신흥 지수에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한국이 이머징 지수에서 제외될 경우 관련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 지수는 신흥 지수보다 편입 기준이 엄격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형주가 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시장 내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이스라엘과 그리스의 사례처럼, 신흥국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때는 대규모 자금 유출과 지수 하방 압력이 발생한 바 있다.
현재 한국 증시는 신흥국 지수 내에서 대만과 함께 약 22%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신흥국 지수 추종 자금도 급증했다.
반면, 선진국 지수로 이동하게 되면 미국, 유럽 등 거대 공룡들 사이에서 한국의 비중은 소수점 단위로 급감하게 된다. 대형주 편중 심화도 우려된다. 선진국 지수로 가기 위해서는 시가총액 최소 편입 기준(GMSR)이 신흥국 대비 2배로 강화된다. 이로 인해 기존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던 상당수 중소형 종목들이 무더기로 편출될 위험이 크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