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펨테크 블루오션, 이제 ‘원팀 전략’이 필요하다

2026-06-18 13:00:05 게재

“그래서 정숙한 사업을 하시는 거죠?”

한 여성 펨테크 기업 대표가 들려준 말이다.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를 빗대어 펨테크를 여성 속옷이나 성 관련상품 정도로 오해한 말이었다. 펨테크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조차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펨테크(Fem-Tech)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와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기술·상품·서비스를 통칭한다. 이 산업의 가치는 단순히 소비재 시장의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화된 저성장, 저출생과 고령화, 돌봄부담이 커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가 키워야 할 전략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펨테크 산업육성은 단순히 개별기업 몇 곳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다. 올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정부 최초의 펨테크 산업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25개 기업모집에 298개사가 지원했고 경쟁률은 12대 1을 기록했다. 펨테크 시장 안에 이미 기술과 아이디어, 도전의지가 축적돼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사회가 키워야 할 전략산업

선정 기업들의 분야도 다양하다. 난임시술을 돕는 기기, 집에서 관리하는 질 건강진단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임신·출산·육아 소통망, 불법촬영 위험 감지기기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펨테크가 특정 제품군에 머무는 틈새시장이 아니라 블루오션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세계 펨테크 시장규모는 2030년 973억달러(한화 약 139조원) 규모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없던 기술은 기존제도의 틀 안에서 설명하기 어렵다. 의료기기인지, 건강관리 서비스인지, 데이터 기반 플랫폼인지 심사기준이 모호하다. 안전성과 효과증명을 위한 임상·실증 비용은 초기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여기에 민감한 건강 데이터 활용 규제까지 더해지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될 수 있다.

펨테크는 한 부처가 몇몇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단편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키울 수 없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기업육성을 넘어 산업전반을 키우는 국가차원의 ‘원팀(One-Team)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분야 간 칸막이를 허물고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중소벤처 분야에서 창업과 사업화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보건의료 분야는 임상과 실증을 위한 병원 인프라의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인허가와 안전성 검증, 예측 가능성을 높여 규제문턱을 낮추는 노력도 시급하다. 과학기술 분야는 연구개발을 뒷받침하고 개인정보와 건강 데이터 활용 기준도 명확해져야 한다.

여성의 건강과 생애주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다만 이를 해결할 기술을 산업이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기술은 준비되었고 기업들의 도전의지와 시장의 요구 역시 확인됐다. 남은 과제는 이 가능성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뒷받침 되어야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올해 시작한 펨테크산업 육성을 발판 삼아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제도적 기반을 넓혀갈 것이다. 그러나 펨테크가 가능성 있는 시장에 머물지 않고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협회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부처 간 협력, 그리고 사회적 이해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