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얼굴' 조망권 보행권 침해…건설사 공사계약해제 초래
부산항만공사 “15일까지 환승센터공사 중지·설계변경해야”
협성계열 피큐건설, 3.3m 단차 시정하는 설계변경 추진
해양수도 부산의 얼굴이 될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의 핵심 구역 공사가 시민들의 조망권과 보행권 침해 문제로 중지될 상황에 처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12일 북항재개발지구 C-1블록 환승센터 사업자인 피큐건설이 시민의 조망권과 보행권을 침해할 건축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15일까지 공사를 중지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토지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내일신문 2025년 12월 5일 ‘부산역-북항공원 연결 보행로 ’바다 가린다‘’ 기사 참조)
피큐건설은 북항재개발구역에 ‘협성마리나 G7’을 건축한 협성종합건업(회장 정철원) 계열사로 해양수산부 맞은편 협성타워에 입주해 있다.
BPA는 “2024년 11월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지구단위계획을 위반한 공사를 계속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하고 사업자에 시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사업자는) 설계변경을 하지 않은 상태로 공사를 속행하고 있다”며 “공사 진척율이 높아질 수록 조망권과 보행권을 침해하는 ‘단차’를 해소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공익 규정을 사업자 수익 극대화 위해 우회” = 북항 재개발사업은 부산역에서 바다쪽으로 연결된 옛 항만구역을 친수공간과 해양관광거점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재개발 구역에는 국제여객터미널도 자리하고 있어 기차와 여객선으로 부산에 들어오는 국내외 관광객·사업가 등이 처음 부산을 접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국내 대표적 무역항 기능을 하던 북항의 1~5부두 등의 항만기능이 부산신항으로 옮겨가면서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돌려주자며 시작됐다.
북극항로시대를 준비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거점 중 하나로 해양수도권을 육성하기 위해 ‘해양수도 부산’으로 해양수산부가 이전하고 HMM 등 해운기업, 해양 공공기관, 해사법원, 동남투자공사 등도 부산으로 집적하기로 하면서 북항 재개발 구역의 공공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BPA도 조망권과 보행권을 침해한 잘못된 설계를 시정하지 않으면 토지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공성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설계대로 공사를 계속하면 부산역에서 바라보는 부산항과 부산항대교의 조망을 가로막고, 노약자와 장애인의 보행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BPA는 2016년 12월 피큐건설과 C-1블록(2만5714.5㎡)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BPA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부산역에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 공공 보행동선의 핵심 거점으로 북항재개발지구 안에서 민간에 매각하는 부지 중 가장 공공성을 요구하는 곳이다.
피큐건설은 지상 24층, 연면적 18만3540㎡ 규모로 환승센터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설계·시공 중인 환승센터 저층부 옥상광장이 부산역 보행 데크보다 3.3m 높게 계획돼 문제가 됐다.
BPA는 “부산역을 나서는 순간 한눈에 펼쳐지던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조망은 북항재개발이 시민에게 약속한 핵심 가치인데 사람 키보다 높은 약 3m 높이의 오르막 경사로가 그 조망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며 “뿐만 아니라 노약자와 장애인의 보행권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북항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제45조는 환승센터 저층부 옥상광장을 ‘ KTX 부산역 및 문화공원으로 연결되는 데크의 바닥과 동일한 높이에 조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BPA는 “사업자가 (3.3m 높이 단차를)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은 상가시설을 한 층 더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구단위계획이라는 공익적 규정을 사업자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우회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1년 6개월간 시정 촉구했지만 공사 강행 = BPA는 사업자 측에 잘못을 시정할 기회를 주었지만 개선되 않은채 공사가 계속돼 계약해제라는 대책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BPA는 2024년 11월 2차 건축변경허가 협의과정에서 단차 문제를 처음 알게된 즉시 관계 기관에 사실을 알리고 1년 6개월에 걸쳐 수차례 시정을 촉구해 왔다. 지난해 12월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문제는 공론화됐다.
BPA에 따르면 사업자 측은 올해 1월부터 문서를 통해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BPA는 3월부터는 시정 촉구 단계를 높였다. 위법한 공사를 중단하고 설계를 변경한 후 공사를 재개할 것을 다섯차례 최고했고, 4월 이후에는 매매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네차례 공식 고지했다.
지난달부터는 사업자에게 설계변경 후 공자 재개에 대한 확약서 날인을 요청했지만 사업자 측은 5월 27일에 이어 지난 2일 거듭 거부했다.
BPA는 “하부공사에 한해 공사를 이행하는 절충안까지 제시했지만 사업자는 이마저 거부했다”며 “3.3m 높이 단차를 해소할 의사가 있다면 확약서 날인으로 인한 불이익이 전혀 없지만 이를 거부한 것은 사업자 스스로 실질적인 시정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BPA는 11일 사업자에게 누적된 위반사항을 최종 통보했다. 송 훈 BPA 항만재생사업단장은 “15일까지 사업자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16일 토지매매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큐건설 관계자는 “토지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건축물 준공시점에 BPA가 지구단위계획대로 안됐다며 시정하라고 하면 사업자는 건축물을 철거하고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BPA에서 지적한 단차를 시정하는 설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근·곽재우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