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AI, 그 길을 묻다’ 펴낸 강민구 변호사

“AI 시대 법조의 연료는 판결문”

2026-06-18 13:00:19 게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판결문 공개 확대 필요”

“인공지능(AI)이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법조 AI의 연료는 판결문입니다.”

강민구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현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사진)는 17일 내일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선변호인과 일반 국민이 판사와 같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무기대등은 불가능하다”며 “재판지원 AI 논의에 앞서 판결문 공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AI, 그 길을 묻다’를 출간한 그는 “AI 시대 법조인의 경쟁력은 더 좋은 질문과 더 깊은 분석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AI, 그 길을 묻다’를 집필한 계기는

2012년 한국정보법학회 공동회장 시절 인터넷과 법의 충돌을 다룬 ‘인터넷, 그 길을 묻다’를 펴냈다. 올해 학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AI와 법, 제도, 윤리, 사회가 충돌하는 지점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AI 시대의 기본서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책은 집필 과정 자체가 화제가 됐다

과거에는 전문가 40명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AI를 적극 활용했다. AI로 40개 주제를 발굴하고 초안을 작성한 뒤 최종적으로 내가 검토했다. 약 40년 법조 경험을 바탕으로 석달 만에 완성했다.

●교정도 AI로 했다고 들었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에 동시에 원고를 넣어 맞춤법과 표현을 점검했다. 사람이 하면 열흘 이상 걸릴 작업을 반나절 만에 끝냈다.

●사법부 재판지원 AI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AI 기술보다 판결문 공개가 먼저다. 판사들은 해방 이후 모든 판결이 축적된 판결문관리시스템을 활용하지만 국선변호인이나 일반 변호사, 국민은 접근할 수 없다. 무기대등을 위해서는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

●어떤 방식의 공개가 바람직한가

특별법을 만들어 성범죄·가사사건 등 민감한 사건을 제외한 판결문을 최소한의 익명화만 거쳐 공개해야 한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판결문 공개가 법조 AI와도 연결되나

그렇다. AI가 자동차 엔진이라면 판결문은 법조 AI의 휘발유다. 미국의 웨스트로, 렉시스, 하비가 강력한 이유도 오랜 기간 축적된 판결문 데이터 덕분이다.

●현재 한국 법률 AI 수준은

대부분 미국 범용 AI 엔진 위에 한글 데이터를 올리는 구조다. 판례 검색은 가능하지만 기록 분석, 준비서면 검토, 항소이유서 작성 같은 추론 영역은 아직 부족하다.

●양형 AI는 어떻게 보나

양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중·감경 요소를 계산하는 작업이어서 AI 활용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실관계 분석과 비판적 추론은 아직 인간의 역할이 크다.

●생성형 AI 환각 문제는

AI는 우문우답, 현문현답 기계다. 판례나 법령을 물을 때 실제 존재하는 자료만 인용하도록 명확하게 지시해야 한다. 사용자의 질문 설계 능력이 중요하다.

●AI 시대 법조인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결국 질문하는 능력이다. 정보는 AI가 제공한다. 앞으로는 누가 더 좋은 질문을 하고 더 깊이 분석하며 더 정확하게 판단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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