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테슬라 합치면 엔비디아 넘보나
스페이스X 급등에 합병론
부상…시총 5조달러 구상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합병 가능성이 월가의 새 관심사로 떠올랐다. 스페이스X가 상장 직후 급등하면서 테슬라를 크게 앞질렀고, 두 회사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칠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리엄 데닝은 17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스페이스X의 증시 데뷔가 머스크에게 더 좋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한 뒤 3거래일 만에 주가가 거의 절반 올랐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8700억달러 이상 늘었고, 현재 시총은 2조64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머스크의 로켓 경쟁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는 세계 첫 1조달러 부호가 됐다고 데닝은 전했다.
스페이스X의 급등은 테슬라와의 관계를 바꿔놓고 있다. 데닝은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압도하게 되면 머스크가 두 회사를 하나의 상장 제국으로 묶기 쉬워진다고 봤다. 두 회사 모두 AI를 핵심 성장 서사로 삼고 있고, 머스크가 양쪽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합병 논리로 제시됐다.
핵심은 주가 격차다. 스페이스X는 공모 당시에도 테슬라보다 2660억달러 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장 후 격차는 1조1000억달러로 벌어졌다. 테슬라 주식 1주를 사들이기 위해 필요한 스페이스X 주식 수를 뜻하는 교환비율도 이미 32% 낮아졌다. 스페이스X 주가가 오를수록 테슬라 인수에 필요한 주식 수가 줄어드는 구조다.
데닝은 스페이스X가 테슬라 현 주가에 3분의 1의 인수 프리미엄을 얹어 제안하더라도 머스크가 합병회사 의결권의 약 74%를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테슬라 가치는 2조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책정된다. 이 경우 합병회사의 표면 시가총액은 거의 5조달러에 달해 엔비디아 시총과 맞먹게 된다.
다만 이 구상은 정상적인 기업 인수합병과는 거리가 멀다. 데닝은 현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회사가 또 다른 현금 소모 회사를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2조달러 안팎에 인수한다면 테슬라의 12개월 선행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38배를 지불하는 셈이다. 스페이스X 기존 일반 주주의 지분도 약 50%에서 3분의 1 미만으로 희석된다.
그럼에도 시장이 이를 거부할지는 불확실하다. 스페이스X 투자자들은 이미 머스크에게 의결권 84%를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받아들였다. 스페이스X가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인 AI 스타트업 xAI를 2500억달러에 사들인 것도 감수했다. 테슬라 주주들은 이론적으로 더 큰 권한을 갖고 있지만, 테슬라 주가의 상당 부분이 머스크 개인에 대한 기대에 묶여 있다는 점이 변수다.
데닝은 아직 스페이스X의 실적 발표 전이고, 유통 주식 수가 제한된 데다 옵션 거래 개시와 IPO 열기가 겹쳐 현재 주가가 현실과 더 멀어져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초기 거래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봤다. 머스크 지지자들은 그가 흩어진 기업들을 한데 모아 더 강하게 지배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