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갸우뚱한 의문

2024-01-02 11:26:13 게재
김기명 전 호남대 교수, 식품공학

포장산업에서는 특히 식품포장 분야가 압도적이다. 식품포장은 가공식품뿐 아니라 신선식품 외식 배달 분야까지 포함해 매우 방대하고 그 사용 규모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보통 사용되는 포장재는 석유화합물이다. 이들의 분자구조는 단순해 중합해서 사용한다. 주로 압출성형기에서 고압 고열로 액체상태로 녹인 이후 작은 구멍을 급격하게 통과시키면서 틀에 분사함과 동시에 식으면서 최종 제품이 된다. 제품 생산자의 의도대로 쉽게 제작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니 적격이다. 플라스틱은 마구 생산되고 소비되었으며,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생분해성 포장재 개발연구는 의외로 오래됐다. 생분해가 가능한 포장재는 미생물이 섭취하거나 효소가 접근해 분해가 가능한 물질이다. 콩단백 추출물을 이용해 필름제조를 시도한 것이 초기 연구의 접근방식이었다. 물에 푼 콩단백 추출물을 화학적 변성으로 재배열하고 수분을 어느 정도 날려보내면 랩(wrap)과 같은 필름이 만들어진다. 반투명의 황색계열 필름인데 나름 강도를 가지고 있고 유연해 실험실에서 처음 제조했을 때 꽤 놀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은 수분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쉽게 물에 젖고 탄성을 잃어 상용화가 어렵다.

상용화되기 시작한 생분해성 포장재

1954년 듀퐁은 젖산을 중합해 폴리유산(PLA, polylactic acid)에 대한 특허를 받았으며 거듭된 업데이트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PLA는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친환경 제품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생분해될 수 있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이후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 polyhydroxyalkanoates), 폴리뷰틸렌숙신네이트(PBS, polybutylene succinate), 폴리카프롤락톤(PCL, polycaprolactone), PLA 혼합물 등 많은 친환경 포장재가 개발됐다.

그러나 식물성 원료인 이런 전분류들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이 아니다. 비옥한 토지가 있어야 하고 비료가 있어야 하며 순탄한 기후가 있어야 하며, 다시 순수한 전분을 뽑기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모든 비용은 최종 제품의 가격에 더해져 쉽게 생산되는 석유화합물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다.

최근 새로운 방향성은 천연물이나 생물 물질을 간단한 처리를 통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즉 플라스틱 제품을 천연소재로 대체하는 것이다. 포장재는 아니지만 갈대 등으로 일회용 빨대를 제조하는 것이 그 예다.

이와 같은 천연 원재료 소재의 빨대 젓가락 등은 제조과정에서 환경조건에 따른 다양한 약품(곰팡이방지제 방부제) 처리가 우려된다. 또한 갈대나 밀대 줄기로 이행될 수 있는 토양 및 수질오염 물질이 포장된 식품으로 옮길 수 있다.

종이제도 플라스틱 대체제로 사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종이는 쉽게 수분을 흡수한다. 수분의 함량이 많은 식품을 담기에는 매우 큰 결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습윤강도 수지(wet-strength resins)를 첨가해 수분에 대해 저항력을 높이는데 에피클로로히드린(epichlorohydrin) 기반의 수지에서 식품과 접촉함으로써 3-MCPD(3-클로로프로판-1,2-디올)가 생성될 수 있다. 실제 아일랜드에서 종이 빨대 중에 과량검출되어 2020년 회수조치했으며 중국산 제빵 금형에서도 검출된 바 있다(2017).

펄프 목재에서 종이로 가공하는 공정 중 위해물질이 검출된 적도 있는데, 대만에서는 베트남산 일회용 나무젓가락에서 DDT 및 과산화수소 잔여물이 검출된 바 있다. 또 리그닌 제거에 쓰이는 안트라퀴논은 국제 암 연구기관에서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이에 대한 검출 시험법을 확립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험 아닐지

우리는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오히려 더 큰 비용과 안전성을 담보한 불안한 모험을 계속하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친환경 포장재가 개발되면 될수록 포장재가 포함할 수 있는 위해 물질 검출을 위한 시험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며 포장재의 제조기준과 제품규격을 제도화하는 행정적 절차까지 확립해야 한다.

차라리 플라스틱에 대한 강한 규제의 법률과 정책, 새로운 폐자원 비즈니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획기적 장려 등과 같은 솔루션에 더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플라스틱도 인류가 개발안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가 아닌가. 두가지 전략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서로 보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