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피즘'의 화려한 귀환

2024-01-17 11:44:21 게재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변호사·MBA

최근 미국 정가에서는 "통상정책을 바꾸고, 중국에는 맞서 싸우며, 미국 노동자들은 돕자"는 슬로건을 내세운 책 '자유무역은 없다(No Trade Is Free)'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라이트 하이즈(Robert Lighthizer)는 트럼프행정부 시절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했으며, 만약 2024년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당선된다면 새 행정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쓴 뒤 그는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유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자유무역을 표방한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무역적자를 부추겼다며 트럼프행정부 2기에서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대 10%의 '보편적인 기준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 나아가 중국에 대해서는 바이든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해 오던 높은 보복관세 부과를 넘어 미국 내 자산에 대해 중국의 소유권을 제한하고 미국인의 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한편, 전자제품 철강 의약품과 같은 중국산 제품의 수입도 단계적으로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미국은 경쟁 국가들의 성장을 도와준 역사상 유일한 국가였던 만큼 더 늦기 전에 더 이상 어리석은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은 없다' 외치는 트럼피즘 대세적 흐름 분위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는 아직도 미 백인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일용직 백인 노동자이자 무명 가수인 올리버 앤서니가 부른 '리치몬드 북쪽의 부자들(Rich Men North of Richmond)'라는 컨츄리송이 지난해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깜짝 등극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 내 서민 가정과 백인 노동자들은 여전히 소외된 계층인 것이다.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내에서조차 이단으로 분류되었던 이른바 '트럼피즘'이 지금은 경쟁 정당인 민주당조차 거스를 수 없는 대세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행정부는 지난 8월 반도체와 양자컴퓨터 등을 개발하려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지난 12월에는 WTO 내 중국의 '최혜국' 무역 지위 박탈을 촉구하는 초당적 보고서가 미 하원에 의해 채택되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2024년 대선은 2020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바이든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의 조롱처럼 트럼프를 막아야 할 '인기 없는 81세 노인'에 불과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선거를 앞둔 앞으로의 10개월 동안 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모습을 보여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불과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만에 '트럼피즘'은 여야를 아우르는 미국의 핵심 가치로 화려한 귀환을 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반발하는 중국, '양안통일' 기치로 내부결속 다질듯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는 '트럼피즘'에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성장률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분야의 투자 부실이 커지면서 건설 경기 부양만으로 중국 경제성장을 떠받치기 어려운 만큼 제조업 분야의 수출을 통해 이를 만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을 파고들어 경제 흐름을 반등시키려는 중국과 이를 막아 중국을 아예 G2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려는 미국의 다툼이 올해도 계속되는 가운데, 14일 친미반중 성향의 대만 민진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가뜩이나 첨예하게 대립중인 미중 전략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만약 중국이 '트럼피즘'에 가로막혀 경제부흥에 실패한다면, 무력을 통한 '양안통일'은 중국으로서는 내부를 결속시켜 시 주석의 집권을 이어갈 가장 확실한 명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