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제3지대…빅텐트 개혁신당 결국 ‘결별’

2024-02-20 13:00:02 게재

‘이준석에 전권 위임’ 19일 최고위 표결 처리에 내홍 최고조

이낙연 공동대표 “통합 좌초 죄송,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

제3지대 4개 정파가 모인 ‘빅텐트’ 개혁신당이 결국 다시 찢어지게 됐다. 지난 9일 깜짝 통합을 선언한 후 겨우 열흘여 만이다. 이준석 공동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총선 전권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에 대해 표결하자 회의장에서 중도퇴장한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시작하겠다”며 통합 좌초 입장을 밝혔다.

발언하는 이낙연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공동대표와 조응천 최고위원..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이날 오전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의 내홍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 장소도 통합 전 당인 새로운미래 당사로 잡는 등 ‘독자노선’을 명확히 했다. 이낙연 대표가 창당했던 새로운미래는 19일 중앙당 등록이 뒤늦게 된 탓에 법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통합을 아직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 9일 공동 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처리됐다”면서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고 이준석 대표 측을 비판했다.

이낙연 대표는 또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시 새로운 미래로 돌아가겠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법적 합당 이전에 신당 판도가 분명해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 “오늘의 실망이 내일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제3지대에 나와 있던 4개 세력(이준석 개혁신당·이낙연 새로운미래·금태섭 새로운선택·조응천 이원욱 원칙과상식)은 통합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빅텐트’ 개혁신당을 꾸린 바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의문이 제기되던 화학적 결합에는 실패한 채 결별 수순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별의 단초는 총선 전권 위임 문제였다. 개혁신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안과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하는 안건을 다수결로 의결했다. 최고위원 6인 중 이준석·양향자·금태섭·조응천 4명은 찬성했고 이낙연·김종민 2명은 중도 퇴장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가며 기자들과 만나 “선거운동 전체를 이준석 대표 개인한테 맡기는 것은 민주정당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전두환이 나라 어수선하니 국보위 만들어서 다 위임해달라고 국회 해산한 것이랑 뭐가 다른가. 우리가 비민주적, 반민주적 의사결정을 어떻게 같이 하는가”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이후 이낙연 대표 측은 별도 대책 회의를 열었다. 대책회의에선 이준석 대표와의 결별 방안이 논의된 것은 물론 “이준석에게 당했다”는 한탄이 나왔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과 박원석 전 의원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대표가 통합 파기를 기획하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빅텐트 개혁신당을 꾸릴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을 이낙연 대표로 한다고 합의했는데 이번 최고위 의결 결과는 이낙연 대표의 권한 침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문제도 구 개혁신당 당원들의 비판을 사고 있는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와 관련된 문제로 보고 있다.

이낙연 공동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20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3지대 통합 과정에서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대부분의 것을 양보한 결과가 총선 전권 위임이라면 통합의 의미가 뭐냐”면서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사죄를 드리고 독자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전날 새로운미래 비공개 회의에서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통합 고수냐 독자 노선이냐의 최종 결정은 새로운미래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이낙연·김종민 두 사람에게 위임된 바 있다.

개혁신당 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자 이준석 공동대표는 ‘통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 역시 별 소용이 없었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책발표를 신속하게 하자는 것이 분열의 단초가 된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대선 때 정책결정의 신속성이 필요해서 전결 위임을 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국민의힘에서) 원희룡 이준석 59초 쇼츠공약에 대해 위임했고 성공했다. (이낙연 대표 측이) 이준석이 정책을 할 능력이 없다고 보시는 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별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가정도 하기 싫다”면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이준석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낙연 대표 측은 “이준석 대표가 뒤늦게 이곳저곳 다니며 통합 유지하자고 하는데 누가 믿겠느냐”면서 “이 대표가 그런 정치인인 줄 정말 몰랐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개혁신당의 분당이 가시화되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현역 의원 5명을 확보해 받은 정당 보조금 6억6000만원은 환수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앞서 입장문에서 “탈당하는 의원이 생겨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되면 보조금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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