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고향사랑기부제 첫 성과와 과제

2024-03-05 13:00:01 게재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 해 운영실적이 발표됐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가 17개, 기초자치단체가 226개로 총 243개가 있는데 2023년 1년 간 이들 지방자치단체의 총 모금 실적은 약 650억원에 이르고, 총 기부건수는 약 52만건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며 기부의식 제고에 기여한 성공적인 제도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즉 고향사랑기부금이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실적을 거둬서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재정 여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에 도움 확인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인 140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모금액이 약 3억35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20% 이상인 103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모금액은 약 1억7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 더 큰 모금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원을 받고 있는 89개 인구감소지역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모금액은 약 3억8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모금액은 약 2억원에 그쳐, 인구감소지역의 재정에 더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5억원 이상의 기부를 받은 지방자치단체 31곳 중에서 8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인구감소지역 등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실적은 전라남도가 약 143억원으로 제일 높았고, 그 다음은 경상북도로 약 90억원, 그리고 전라북도가 약 85억원의 순서였다. 상대적으로 농어촌 지역의 모금실적이 높아서 이들 지역의 재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첫해에 성공적인 안착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의 헌신과 노력이 주효했다. 행안부는 고향사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고 기념식과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고향사랑e음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지정기부를 가능하도록 하고 카카오톡 등 민간포털과 연계하는 노력을 했다.

물론 아직 개선할 점도 많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고향사랑기부제 전담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는 기존 부서의 업무와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과중한 부담을 호소한다. 또한 기부자는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서 기부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지난해 연말에는 접속이 여의치 않아 일요일 저녁시간 때까지 접속 대기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도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기부자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기부자가 의미있는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기획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부자의 지역 연고에 호소하기보다는 지역을 응원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지정기부 사업을 제시한다면 더 많은 기부자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부자의 관심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력 필요해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한다.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주어 수분이 이뤄지게 하는데, 식물종의 약 75%가 꿀벌의 도움이 없으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꿀벌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꽃에서 꿀을 모으기 위해 날아다니면서 수분을 해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답례품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갖춘 선진적인 기부제도이다. 더 많은 기부자가 인구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꿀벌처럼 수분을 해준다면 전국 방방곡곡이 꽃밭으로 풍성해질 것이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