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기업부채 발 위기 우려스럽다

2024-03-14 13:00:02 게재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경제 규모 대비 세계 수위를 차지할 만큼 높았지만 최근 금리인상 등으로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감소는 바람직한 소식이다.

하지만 조사 대상 국가 중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유일하게 GDP를 웃돈다. 그런 만큼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보고서에서는 민간부채의 다른 축인 기업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 우려를 더 한다. 주요 선진국 중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기업부채의 빠른 증가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때문에 우리나라 민간부채는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 비율 GDP 대비100% 넘어 위험수위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부채 수준이 14분기 연속 위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민간신용 증가율이 장기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주는 BIS의 신용 갭 지표는 국가별 신용위기를 가늠하기 위해 활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년 넘게 위험 수준인 10%p를 넘기고 있다. 늘어난 민간부채로 인해 기업의 투자 여력과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저성장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고령화 진전과 맞물리면서 저성장이 우리나라 경제에 구조화될 우려가 있다.

기업부채는 증가 속도가 빠르고 비율도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데다 질적으로도 악화돼 우려를 자아낸다. 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매우 낮은 부실기업 부채가 기업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2년간 크게 늘었다. 한편 우량기업 비중도 증가해 기업대출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다수의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좀비기업 상태로 내몰리고 있으며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깡통대출(무수익여신) 규모 역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기존의 2배 수준까지 상승했고 어음부도율은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현재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돼 이들과 거래하는 지방은행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의 대출 건전성도 우려된다.

선심성 일회성 지원보다 시장 중심 상시적 구조조정 활성화해야

가계부채가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발 위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기업에 비해 그 특성이나 여건이 다양하고 이질적이기에 집계된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위기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측면이 있어서다. 반면 기업은 보다 동질적이어서 경제충격에 집단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 그만큼 기업부채발 위기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리부담 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지만 선심성 일회성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한 선별지원과 선제적으로 시장 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특히 잠재 성장력과 기술력을 갖추고도 일시적 자금난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선별해 이들의 유동성 애로를 해소하고 재기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캠코 등 주요 정책기관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본격적인 기업조정에 앞서 자본확충과 신용보강을 통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채무구조 조정 관련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