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시급한 중소기업 선제적 구조조정

2024-06-12 13:00:06 게재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예상과 달리 나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상 수출 호조세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나타났을 뿐 아직 내수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재무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1분기 국내은행의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0.61%로 전기말 대비 0.02%p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대기업은 오히려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 여신은 0.05%p 증가해 상승세를 주도했다.

국내은행의 3월 말 중소기업 연체율은 전년 대비 0.17%p 상승해 대기업보다 8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의 회생 및 파산 신청건수도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약 30% 늘었고 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 부실 위험기업 중 차입규모가 큰 대기업이 전체의 53%를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81%가 중소기업으로 나타났다. 향후 높아진 금리 수준이 시장의 기대보다 장기간 유지될 경우 중소기업의 차환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들은 보유자산 매각 등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신속한 구조조정 위해 자산매입 후 임대 방식 적극 고려를

국내 부실 위험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부실 중소기업이 급격히 늘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정책당국을 중심으로 신속한 구조조정 방안 도입을 모색하고 있지만 제도를 마련하고 실무에 적용하기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다양한 경제사회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일시에 채무조정 상황에 몰린다면 절차의 혼잡으로 인한 비효율이 추가로 발생하고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으므로 실천 가능한 신속 구조조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높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소기업을 위한 선제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 제도가 제대로 구비되지 못한 것은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이 갖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고 대출규모가 작아 동일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 실효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은 사후적이며 대기업 및 채권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최근 급증하는 중소기업 부실화에 대응하기에 적절치 못하다.

중소기업은 대출에 대한 연체가 발생하거나 외상매출금 대금 회수가 지연되면 추가적인 자금압박을 받아서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중소기업 관련 구조조정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그리고 사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 금융시장에서 활용되는 자산매입 후 임대(Sale and Leasback)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대안으로 제기된다. 신규자금 공급자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회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금공급을 꺼리게 되므로 기업의 자산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자산매입 후 임대방식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 방안일 수 있다.

기존 구조조정 프로그램 정비해 신속히 대비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보다는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중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운영해 오고 있으나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숫자나 부실 금액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이다. 따라서 늘고 있는 부실 위험기업수나 대출 규모를 고려할 때 동 프로그램을 보다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산 등의 한계로 인해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늘어나는 중소기업의 빠른 구조조정을 위해 이와 같은 선제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게 좋다. 전체적인 거시지표와 달리 중소기업 관련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정비해 신속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