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의존도 큰 베트남경제, 트럼프2기에 ‘불안’
미중갈등 최대 수혜자 베트남의 고민 … 베트남에 중간재 수출 많은 우리나라도 영향


◆불평등한 미국-베트남 교역구조 = 이러한 교역 특징은 미국의 불만을 자아낸다. 트럼프 2기에 베트남이 우려하는 이유이다.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베트남을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적자국에 대해 관세인상을 공언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해서는 취임 첫날 바로 기존 관세 외에 추가적으로 10%포인트를 인상하고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미 흑자 3위국인 베트남에게도 언제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과거 트럼프가 취임한 2017년 미국의 베트남 적자는 383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558억 달러로 폭증했다. 트럼프는 2019년 6월 베트남은 중국보다 더 나쁜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거의 최고의 남용자(almost the single worst abuser)” 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다음 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다음해 정권이 바뀌고, 4월 바이든 정부는 그 지정을 취소했다. 그렇지만 바이든 정부도 증가하는 베트남 적자에 대해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8월 미국은 베트남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시장경제국(NME)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2기시대, 베트남에 양날의 검 = 트럼프 2기 정부가 베트남을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베트남은 중국 대신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미국에 공급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재단이 공산당 서기장 토람(To Lam)의 연고지인 훙엔성에 15억달러를 투자하여 고급 골프장, 호텔, 리조트, 주거단지를 건설한다. 외교적으로 미중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베트남은 양국과 균형외교를 하면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듣는다. 베트남은 지난해 9월 바이든의 방문에 맞춰 외교관계를 최고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쉽(CSP)관계로 격상했다.
트럼프 2기가 오히려 대미 수출증가의 기회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1기에서도 베트남은 미중갈등의 최대수혜자였다. 무역전쟁과 함께 베트남 상품이 중국 상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었고, 중국의 수출업자들이 베트남에 투자를 늘리면서 미국 수출을 늘린 것이다. 당연히 중국 이외 국가로부터 투자도 증가했다. 트럼프 2기에 대중국 압박이 계속된다면 1기에서와 같이 베트남에 외국인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위험지수’ 4위로 평가된 베트남 =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견해가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가 무역수지 적자가 베트남보다 훨씬 적은 캐나다에 대해서 마약류인 펜타닐을 단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수입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에 대해서도 관세부과의 이유를 못 찾을 리는 없다. 실제로 베트남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 수출품이 높은 관세의 대상이 되거나 과거와 같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 나아가 미국의 적자가 심한 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제소나 상계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국인투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산업구조고도화를 위해 계속 FDI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으로 다국적기업이 투자를 미룰 수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를 발행하는 EIU는 대선 직전에 발행한 보고서 트럼프 위험지수(Trump Risk Index)에서 베트남은 무역의 영향을 받을 위험이 큰 나라로 70개국 중 멕시코, 중국, 캐나다에 이어 4위라고 밝히고 있다.
베트남의 대미국 수출증가는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이 급증하고, 대중국 적자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미중무역전쟁이 발발한 2017년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27.7%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해 9월말 누계로는 37.6%에 이르고 있다. 수입 대부분이 부품 등 중간재라는 점에서 베트남 산업의 대중국 종속 문제가 심화된다. 수입 증가에 따라 적자도 증가하는데 2024년 9월 현재 베트남은 중국에 1048억 달러를 수입했고, 444억 달러를 수출했다. 전체 흑자가 208억 달러인데 중국에는 적자가 604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미중갈등으로 인한 대미 수출증가가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이익으로 귀속되는 상황이다.
◆미국 수입 확대, 수출상품 고도화 추진 = 불확실한 트럼프 2기에 베트남은 대응해야 한다. 일단 무역흑자 축소를 위해 미국에서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LNG 등 미국에서 수입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단기적으로 흑자를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 베트남은 2019년에도 트럼프의 공격에 대응하여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트남은 또한 베트남-미국 양자 FTA 체결을 희망한다. 베트남은 오바마시기에 TPP에 참여했는데, TPP의 틀 안에서 미국과의 안정적인 무역관계를 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TPP에서 철수하고, 기존 FTA들을 미국에 유리하게 개정하거나 철수하는 트럼프가 베트남과 FTA를 체결할 것 같지는 않다.
베트남은 또한 수출상품의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상품은 섬유의류, 신발, 완구, 가구제품 등 경공업 제품과 통신기기, IC 칩 등 전자부문으로 대별된다. 경공업 제품에 대해서는 품질 경쟁력을 높여서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미국이 베트남을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덤핑이나 보조금 조사에서 베트남 측의 자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공업 제품의 가격을 높여 미국에게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첨단제품의 경우 미국기업의 투자유치도 증가시켜야 한다. 지금 베트남에는 인텔 등 미국기업이 활동하고 있고, 대미 반도체 제품의 수출증가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미국기업 제품에 대해서 미국이 강하게 압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베트남 수출시장의 다변화 필요 = 베트남의 또 다른 전략은 수출시장 다변화이다. 아세안, EU, 중국 등에 수출을 확대하여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아세안이 일차적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세안은 경제통합 추진에도 불구하고 역내 수출비율은 2023년 22%, 수입비율은 21% 수준이다, 베트남의 대아세안 수출 비율은 9.1%, 수입비율은 12.6%이다. 베트남이 아세안에 역내 수출비율을 평균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면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또 하나의 전략시장이 될 수 있다. 무역불균형 해소 차원에서도 중국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농수산물 수출을 확대하고, 전자부품, 소재 등 중국과 분업을 강화하면서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
베트남은 우리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 중의 하나이다. 우리 기업은 베트남에서 생산하여 그 제품을 미국에 수출한다. 이들이 국내에서 중간재를 조달하면서 베트남은 우리 3위의 수출시장이 되었다. 트럼프 2기에 베트남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가될 것이다. 우리가 베트남을 예의 주시해야 할 이유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