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60년 대한산업안전협회
전문성·기술력 기반, 안전분야 디지털 전환 선도
한국전쟁 상흔 속에서 싹튼 산업안전의 씨앗 … ‘NEW KISA’ 선포, “안전으로 행복한 세상 구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안전은 더 이상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안전은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기본 책무를 넘어 기업의 신뢰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산업현장에는 해결되지 않은 안전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내 대표적 민간 재해예방기관으로 손꼽히는 대한산업안전협회(회장 임무송)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산업안전협회(NEW KISA)’를 선포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시행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협회의 의지를 담았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산업안전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대한산업안전협회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안전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협회의 계획 등을 조명해봤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우리나라 전역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불바다 속에서 무수한 생명이 스러져 갔고 미약하게나마 존재했던 산업시설 40% 이상이 파괴됐다. 경제는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국민들은 폐허 속에서 재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망치와 기계를 잡았고 새로운 공장이 들어섰다. 광업 건설업이 활성화되면서 경제는 활기를 띠었지만 부작용이 뒤따랐다. 안전사고가 빈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재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정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했다. 안전에 관한 10개 규정을 포함해 산업안전을 최초로 법제화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초석이 됐다. 이즈음 산업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도 이어졌다. 1959년 한양대에서 대한산업안전본부(본부)가 출범한 것이다. 본부는 안전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로 훗날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창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한민국 최초의 안전전문기관 =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현장 실무적 방안에 초점을 두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 본부는 1964년 7월 6일 당시 보건사회부 산하 노동청에 설립허가를 받아 사단법인으로 정식 설립됐다. 본부는 이때부터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교육·진단 등 실질적인 현장 안전관리에 돌입했다. 안전에 대한 개념이 미흡하던 당시 본부는 우리나라 최초 안전점검 기준인 ‘KISCS(Korea Institute of Safety Center Standard)’를 정립해 현장 안전관리의 체계를 잡아갔다.
정부는 1968년부터 7월 첫째주를 산업재해예방 강조기간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본부는 첫해부터 산업안전대회 등 주요 행사를 주관·개최하며 산업안전의 중심기관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안전관리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 = 1970년대 들어 우리나라 산업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산재가 점차 다양화·대형화되면서 본부는 현장 중심으로 그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받았다. 1973년 7월 14일 마침내 오늘의 대한산업안전협회로 정식 개편하게 된다.
이때부터 기업 최고경영자, 정부 및 노동계 인사, 국회의원 등 다양한 분야 출신들이 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 대기업은 물론,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면서 명실공히 산업현장 안전관리 중심기관으로 탈바꿈했다.
1975년 안전관리자 직무훈련기관으로 정부의 첫 지정사업을 시행했다. 최근까지 산업현장 안전관리의 근간이 되고 있는 ‘무재해운동’ 및 5C(복장단정 정리정돈 청소청결 점검확인 전심전력)를 주도적으로 도입하는 등 안전문화 확산 활동도 적극 추진했다.
◆산안법 제정과 역할 확대 = 1981년 12월 31일 정부 및 학계, 안전기관·단체, 기업들의 열망이 모아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제정·공포됐다. 작업장 안전조치사항과 경영자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조치기준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하며 대한민국 안전보건의 중심적인 법체계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정부는 산안법 시행 직후인 1982년 12월 ‘재해예방의 민간주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 및 법·제도를 바탕으로 현장 안전관리를 민간에서 수행토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산안법의 제정과 민간주도화 방안에 따라 협회의 역할은 대폭 확장됐다. 1983년 직제규정을 비롯해 각종 규정을 마련해 조직을 정비하고 종합안전진단, 관리감독자 교육, 건설안전진단 및 점검 등 정부 지정사업을 기반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해 나갔다. 특히 1987년 안전관리대행 시범사업 시행에 따라 이듬해부터 각 지회별로 안전관리대행기관으로 지정받아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사업장의 안전관리 업무를 위탁 수행하게 된다.
◆IMF 위기 딛고 새로운 시대에 도전 = 2000년대 들어 협회는 도전과 변화의 의지를 담은 ‘C2K(도전·변화하는 KISA) 비전’을 선포하는 등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고자 노력했다.
안전관리대행 안전교육 안전진단 안전인증·검사 건설·시설안전 등 각종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킨 가운데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검사, 어린이 활동공간 확인검사, 석면조사 및 석면건축물 안전관리인 교육, 환경유해인자 시험·검사, 실내공기질 측정 등 국민안전을 위한 사업으로도 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북한 개성공단 사업장의 안전관리와 북측 안전관리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시행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 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등 협회의 영향력은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협회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던 2020년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찾아왔다. 하지만 협회는 안전 분야 각종 컨설팅을 활성화하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 2022년 10월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산업안전 대표기관으로 선정됐다. 2023년 12월에는 안전문화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는 등 안전분야 중심기관으로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안전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 지난 4일 협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민생명 지킴이’ ‘안전경영 동반자’ ‘안전정책 파트너’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NEW KISA’를 선포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ESG 경영의 가속화, 신종 위험 발생 등 변화하는 안전환경 속에 대응해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을 이끌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았다.
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안전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최신 스마트 안전기술과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 안전솔루션을 활용해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사업장의 안전관리업무와 중대재해법에 따른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개발한 스마트 안전관리 플랫폼 ‘스마플(Smart My Safety Platform)’과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근로자의 불안전 행동 및 다양한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안전조치를 유도하는 ‘세이버스(Safety AI Vision & Sound Monitoring System)’를 통해 사업장 안전관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또한 산업용 로봇 사용이 급증하는 현장 상황에 발맞춰 로봇과 사람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로봇시스템 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산업 발달과정에서 제기되는 신종 위험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도 신속히 수립·추진할 예정이다.
임무송 협회 회장은 “‘우리는 안전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 실현을 위해 지난 60년간 모든 협회 임직원들이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임 회장은 “ESG 경영이 주목받는 오늘날, 안전은 기업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협회는 선진화된 안전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여 궁극적으로 안전한 대한민국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