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수장, 우크라 평화유지군 파병론에 “글쎄”
“트럼프 종전논의 시기상조”
카야 칼라스 신임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6일(현지시간)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종전구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글쎄, 평화유지군을 보내려면 우선은 (우크라이나에) 평화 국면이 와야 하는데 러시아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명확하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미 폭스뉴스 앵커 출신 터커 칼슨과 인터뷰를 지목하면서 “그들의 목표한 바에서 물러서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그것(평화유지군 파병)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미국과 그 동맹이 “러시아가 그들이 말하는 ‘전략적 패배’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수단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라스 고위대표의 발언은 조기 종전을 전제로 한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을 아직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1일 취임해 이날 첫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한 칼라스 고위대표는 EU 내 대표적인 대(對)러시아 강경파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파리 방문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3자 회동에서 유럽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며 휴전 상황을 감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U 내부에서도 평화유지군 파병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향후 휴전 시 유럽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엔 대체로 동의하지만, 자칫 논의의 초점이 우크라이나 지원이 아닌 ‘조기 종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