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작년 223조 차입…56조 세수펑크 때보다 규모 커

2025-01-06 13:00:02 게재

한국은행서 173조 급전 빌리고 재정증권 49.8조 발행

윤정부 2년6개월 내내 ‘마이너스통장’ … 이자만 1조원

윤석열정부 2년6개월 동안 재정 돌려막기로 이자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거듭 확인됐다.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하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한 탓이다.

지난달 17일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관계자와 자료를 살피고 있다. 오른쪽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지난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빌려온 자금은 173조원이다. 2021년(7조6000억원)에 비해 무려 165조4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재정증권 발행규모 역시 28조9000억원에서 49조8000억원으로 20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 2년 반 국민이 갚아야 하는 이자만 1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그동안 국채발행을 억제, 재정건전성을 지켜왔다고 공언해왔다. 결국 ‘한은 급전 돌려막기’로 국채발행 숫자만 줄여온 셈이다.

◆223조원 충당, 역대최대 =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도걸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동남을)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은 차입금 및 재정증권 발행 및 이자 현황’ 자료 결과다.

안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세입-세출 불일치를 충당하기 위해서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하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은 모두 222조8000억원이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한 2023년(162조1000억원)보다 37.5% 증가한 규모다.

한은 차입금과 재정증권은 정부가 세입과 세출의 불일치를 충당하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하거나, 직접 발행해 조달하는 돈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쓰는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지난해 정부가 차입하거나 발행한 총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이자부담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한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5056억원이다. 전년대비(4253억원) 19% 증가했다. 2023년 지급한 이자 4253억원까지 합하면 지난 2년 간 정부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무려 9309억원이다.

◆국고금관리법 지켰나 = 재정당국이 국고금관리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국고금관리법에 따르면 정부는 한은 차입에 앞서 재정증권 발행으로 우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물가상승과 재정 황폐화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직접 돈을 빌리기보다는 가급적 시장에서 재정증권을 발행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21년의 경우, 한은 차입금이 7조6000억원인데 비해 재정증권 조달액이 28조9000억원으로 더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 국고금관리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조달한 금액 중 한국은행 차입금은 173조원으로, 재정증권 발행액(49조8000억원)의 3.5배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3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의 재정 돌려막기로 인해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지급한 한은차입금과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총액은 9541억원이다. 이는 앞선 정부 5년 동안 발생한 이자 총액(3432억원)의 2.8배 규모다.

안도걸 의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과도한 재정 돌려막기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는 파탄적인 재정운용을 멈추고, 적극적 재정지출과 안정적 세입기반 확보로 재정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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