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훈 변호사와 함께하는 법과 생활②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2025-01-09 21:49:34 게재
강변
법률사무소 강변 대표변호사 강병훈

도로, 철도, 공원, 학교, 공공청사 등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시설을 도시계획시설이라 한다. 도시계획시설 중 도시계획시설 고시일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한 도시계획시설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라 한다.

개인의 토지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계획된 사업의 시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 토지 소유권 행사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토지소유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10월 21일 ‘97헌바26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장기간 미집행되고 있는 도시계획시설의 경우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적절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 이후 국회는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된 후 20년이 경과될 때까지 계획된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해당 도시계획결정이 실효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그러면서 경과 조치로 과거 결정·고시된 도시계획시설의 경우 실효 제도의 기산일을 2000년 7월 1일로 규정했다.

이로 인해 이전에 고시된 도시계획시설결정은 2020년 7월 1일자로 일제히 실효가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이른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일몰제가 전 국가적 이슈가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을 당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것이 공원이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은 공원으로 계획된 토지를 매수하는 데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재정적 이유로 사업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도시계획시설의 지정을 무더기로 해제할 수밖에 없어 도시의 난개발이 우려됐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이 실효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도입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사업시행자가 도시공원을 조성한 후 공원면적의 70%를 기부채납하는 경우 나머지 30% 범위 내에서 아파트 조성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020년을 전후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사업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됐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의한 사업시행을 많이 추진했다.

현재 보상절차가 끝난 사업이 많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사업도 적지 않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장기간 소유권 행사가 제한되는 불이익을 입은 토지 소유자들에 대해 정당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