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보수층 결집하지만 안 바뀌는 치명적인 여론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하는 등 국헌문란으로 의심받는 혐의의 중대성이다. 윤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들이 법원의 창문을 깨고 내부에 진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100명이 넘는 인파가 법원 경내로 들어가 이곳을 지키던 경찰과 뒤섞이며 아비규환의 상황이 연출됐다. 법원의 결정이 아무리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물리력으로 감정을 표현할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일반 국민들 사이의 감정의 골마저 역대 최대치로 깊어진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으로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은 더 결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갤럽이 14~16일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36%,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2%, ‘지지하는 정당 없다’는 무당층 17%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인 지난 달 중순 민주당 지지도가 현 정부 출범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민의힘과 격차를 벌렸는데 이번달 들어 비상계엄 사태 이전의 비등한 구도로 되돌아갔다. 8년 전 박근혜 탄핵정국과 확연히 다르다.
보수붕괴 우려와 이재명 포비아로 결집
보수층 결집 현상은 분명하다. 첫번째 이유는 ‘보수기반 붕괴 우려’ 때문이다. 8년 전인 2017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보수기반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적폐청산’ 여론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이어졌다. ‘내란세력’으로 각인된다면 앞으로 더 정치판에 발붙이기 힘들어진다는 위기감이 지지층에 작동하고 있다.
앞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구경북은 한주 전 조사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6%p 늘어나 58%다. 부산울산경남은 9%p가 높아져 47%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올라가지 않았던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유는 8년 전 탄핵 트라우마에 대한 ‘학습효과’ 결과다.
그리고 보수 지지층이 집결하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이재명에 대한 포비아(Phobia, 공포 혐오증)때문이다. 포비아는 ‘예상치 못한 특정한 상황이나 활동, 대상에 대해서 공포심을 느껴 높은 강도의 두려움과 불쾌감으로 인해 그 조건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보수계층의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이 보수층, 국민의힘 그리고 대구경북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 김 장관은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한달 사이에 보수층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 이유는 보수층이 이재명 대표와 가장 대립각에 서 있는 인물로 김 장관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과 미국 등 변수 또한 보수층 결집의 주요 이유가 된다.
그렇지만 보수층 결집에도 불구하고 결코 바뀌지 않는 여론이 있다. 우선 ‘탄핵찬성’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탄핵찬성 여론은 57%로 나왔다. 탄핵 찬반 여부를 물어보는 직전 조사(1월 7~9일)보다 7%p가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반이 넘고 응답자 10명 중 6명에 육박할 정도다. 탄핵반대는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4%p가 늘어 36%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 보면 대구경북 이외 지역에서 탄핵찬성이 50% 이상이다. 2030세대는 탄핵찬성이 60% 이상이고 중도층에서는 68%나 된다. 2030세대의 보수층 결집 운운하지만 탄핵찬성은 아니다.
탄핵찬성과 정권교체 여론은 변하지 않아
또 하나 치명적으로 바뀌지 않는 여론은 ‘정권교체’다. 정권교체는 현정부에 대한 심판성격과 집권 여당에 대한 평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 현 정권 유지를 위한 여당 후보 당선이 좋은지 아니면 현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 당선이 좋은지’ 물어보았다. ‘정권유지’ 의견은 40%, ‘정권교체’ 응답은 48%로 나왔다. 오차범위 밖으로 정권교체가 더 높다. 인천경기, 충청, 20대(만18세 이상), 30대, 중도층에서 모두 정권교체 의견이 50%이상으로 나왔다.
즉 보수층 결집 현상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정부에 대한 심판과 여당에 대한 평가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