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채권시장
새해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작년 내내 기준 금리인하를 기대하며 내렸던 주요국 10년 만기 장기 국채금리가 불과 한달 사이 0.5%p 내외로 되올라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작년 9월만 해도 3.6% 수준에 머물렀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월 중순 현재는 4.7% 안팎을 기록 중이다.
상대적으로 더 심한 경기둔화 우려로 작년 하반기 중 미국과 달리 금리가 계속 내렸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변화가 관찰된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금리 상승과 함께 오르는 작년과 사뭇 다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미 10년물 장기국채금리 상승으로 채권투자자들 위기감 커져
시장금리 상승의 주된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연준이 2024년 하반기에 시작한 금리인하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추거나 나아가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중 주춤했던 미국경제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특히 실업률은 작년 12월 4.1%로 낮아지며 오히려 임금상승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또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서비스업 업황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이후 추진될 보편관세를 비롯한 각종 정책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져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채권투자자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채권은 같은 폭의 금리변동에 대해 가격변동폭이 더 크기 때문에 투자 시점에 따라 이미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신속하게 새로운 채권투자 전략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개인 채권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이미 채권을 매수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매도나 만기 보유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즉 매수했던 채권을 팔고 새로운 채권을 살 경우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과 매수했던 채권을 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할 때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대부분 개인투자자의 경우 만기보유가 더 유리하다. 채권은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져 매도할 때 생각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의 경우 금리가 높은 회사채나 금융채를 매수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채권들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더 낮다.
또한 투자할 당시 자신의 전체 자금 계획에 맞춰 채권의 만기를 정했던 경우라면 매도 후 남은 기간 동안 적절한 투자 대상 채권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신규로 채권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급하게 매수에 나서기 보다는 일단 추가 금리상승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높은 금리에 채권을 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기보유가 아닌 중도 매매를 염두에 두고 채권투자에 나설 경우에는 금리상승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확신이 필요하다.
다양한 전략 이용해 변화한 시장 환경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금리 전망을 정확하게 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다른 전략들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여러 만기로 분산해 채권을 사 놓으면 단기 채권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그 돈으로 높아진 금리의 채권에 재투자해 전체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신용분석을 통해 회사채를 매수하면 국채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회사채 등 신용채권 금리에서 같은 만기 국채금리를 뺀 수치) 축소로 가격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달러화 강세 추세를 활용한 해외 채권 매수도 고려할 만한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은 금리와 환율에서 모두 수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들을 이용해 변화한 채권시장 환경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