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2025-01-24 09:59:47 게재

세아베스틸 소송서도 전원합의체 판례 적용

재직 여부 등 조건이 부여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새롭게 변경한 판례를 적용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2일 세아베스틸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조건부 정기상여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품으로,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 퇴직금 등의 산정기준이 된다.

앞서 세아베스틸 근로자들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회사 측이 이를 포함하지 않고, 퇴직금이나 수당을 산정했다며 다시 계산해 부족분을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세아베스틸은 직원들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때, 재직 여부를 조건으로 달았다.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이전에 퇴사한 경우 상여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1심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한 당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1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재직조건을 붙인 것이 무효이므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재직 시에만 상여를 지급하도록 한 조건부 정기 상여도 소정 근로의 대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단을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세아베스틸 직원들이 통상임금 계산에서 문제 삼은 부분 중 장애인 수당과 주휴 수당 부분은 재심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파기환송해 원심 법원에서 다시 재판하도록 했다.

장애인수당의 경우 소정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주휴수당은 정기상여금에 포함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휴수당 차액이 지급돼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 등 조건이 부여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기존 판례에선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봤는데, ‘고정성’을 폐기하도록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가 바뀐 것은 11년 만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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