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재정적자와 금리인상, 도전받는 트럼프 정책
2024 미국 회계연도(2023.10.1~2024.9.30)에 정부 지출과 수입의 연간 격차는 1조9000억달러를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6.6%를 넘어섰다. 지난 50년 동안 GDP의 3.8%라는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미의회 예산국은 밝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3개월 적자는 710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4% 약 2000억달러 증가했다. 지속적인 지출 증가, 세수감소, 금융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해 국가부채가 36조달러를 넘어섰다.올해 1분기 국가채무 이자는 3084억달러로 1년 전보다 7% 증가했다. 올해 연 이자는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 기록을 다시 경신하는 것이다. 올해 정부는 사회보장 국방 의료를 제외한 다른 어떤 항목보다 이자 지급에 더 많은 지출을 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금리인상과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됐다. 관세부터 추가 재정 부양책, 노동시장을 옥죄는 추방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대부분의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수익률은 투자자들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통과시킨 감세안을 연장하는 데 드는 약 5조달러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며 상승했다.
현재 애널리스트들은 2017년 감세안을 연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장기 금리에 반영되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추가 감세나 지출 프로그램에 대한 적자 지출이 확대되면 시장에 불안을 주고 매도세를 촉발할 수 있다.
트럼프 정책, 공화당 반대 직면할 수도
트럼프행정부는 2017년 감세안을 연장하고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지출삭감 같은 정책이 동반하지 않을 경우 수조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다. 의회 예산국은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인 감세안이 연장될 경우 향후 10년 동안 총 적자가 3조70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36조달러 미국부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할 경제적 정치적 도전에 공화당 지도부는 10년 동안 3150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하되 트럼프 발 국가안보와 이민단속에 3250억달러를 더 지출할 계획을 의원들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금리인상과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신속하게 법으로 통과시키려는 공화당의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은 입법 비용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민주당을 우회하는 수단인 ‘조정’이라는 특별입법 절차를 이용해 법안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의 첫번째 단계는 법안에 대한 전반적인 가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하원 예산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지출삭감과 세입증대를 위해 빈곤층을 위한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에 근로요건을 부과하고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폐지하는 등 수십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팁에 대한 세금, 초과근무 수당 조절, 사회보장 혜택 축소 등 트럼프의 다른 선거 공약들을 어떻게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관세를 수입으로 반영해 법안의 가격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 10% 추가관세를 2월 4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다가 캐나다와 멕시코는 30일간 유예했다. 일부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2017년 감세를 몇년만 연장할 가능성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록에 있는 많은 옵션은 다른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다. 하원에서 근소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키기 위해 거의 만장일치로 뭉쳐야 하는데 자칫 단일진영이 깨질 수도 있다.
재정 건전성의 최종 결정권자는 투자자
투자자들은 워싱턴 재정건전성의 최종 결정권자다. 수십년 동안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와중에 이자율은 낮았지만 채무자들은 기꺼이 국채를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 몇년 동안 투자자들은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가치를 잃을 수 있는 새로운 국채를 매입하는 것에 대해 더욱 민감해졌다.
이는 월가와 글로벌 대출 기관들이 재무부가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발행할 국채에 대해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한 대출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의 세금 및 지출 계획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이는 경제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점점 더 많은 돈을 빌릴수록 국채에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선호한다면 이는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미시간대학의 최근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3.2%로 상승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12월 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모든 참석자는 대외 무역과 이민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화의 범위, 시기 및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며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둘러싼 위험이 상방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금융시장은 2025년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치를 3개월 전의 5~6회에서 1~2회로 낮췄다. 새 행정부가 재정적자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한 요인이다. 의회 예산국은 재정적자가 2025년 1조9000억달러에서 2035년 2조7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재무부는 더 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 발행 규모를 늘려야 할 것이다. 연준은 또한 금융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통해 남은 채권을 자체 매각하고 있으며, 이는 국채 매입 의사를 밝힌 투자자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가중시킨다. 많은 잠재적 해외 구매자들은 미국 이외의 투자 옵션을 선호할 수 있다. 상응하는 수요 없이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하락한다. 채권의 경우 가격이 낮을수록 수익률이 높다.
채권 애널리스트와 중앙은행가들은 국채 수익률을 이끄는 요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를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결정한 금리보다 높은 이자의 차이에 대한 표현이다. 최근에는 이것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 이유는 관세부터 추가 재정 부양책, 노동시장을 옥죄는 추방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대부분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4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단기금리를 인하한 이후에도 10년 만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 채권 수익률 자체가 상승했다. 2023년 3분기에 재무부가 예상보다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발표한 후 피치 레이팅스는 정부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10년 만기 국채 프리미엄은 급등했다. 채권 수익률은 빠르게 5%대로 올랐고 기업 신뢰도 지수는 당연히 하락세를 보였다.
2021년보다 더 큰 인플레 충격 가능성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클린턴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세금 인하, 관세 인상, 서류미비 노동자 추방,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트럼프의 제안이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우려를 나타냈다. CNN 인터뷰에서 서머스는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말한 것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2021년 미국이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인플레이션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지난주 감세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비공개로 모였을 때 데이비드 슈바이커트 애리조나 하원의원은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의 재정 문제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는 월가의 투자자들이 미국에 대한 대출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미국의 세금 및 지출 계획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이는 경제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