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027 대입, 수시도 정시도 수능이 관건

2025-02-05 13:00:03 게재

예비 고2·3 수능 전략, 수시 최저학력기준 신설 대학 증가 … 평이해진 수능, 전략적 대비 중요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과 전형이 증가하고 있다. 정시전형에서도 서울 주요 대학의 선발 인원이 늘어나고 재수생이 증가하면서 수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예비 고2·3학년 학생들의 수능 대비 전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5학년도 수능은 전년도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대규모 의대 증원으로 인한 재수생 유입 가능성에 따라 9월 모의평가보다 난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이 발표된 시점에서 예측 가능했던 결과라고 분석한다. 평이해진 수능 출제 경향이 지속될지, 변화된 대입 환경에서 수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예비 고2·3학년 학생들을 위한 수능 출제 방향과 효과적인 대비 전략을 살펴보았다.

최근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주요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신설하고 정시모집에서도 성적 산출방식을 다양화하면서 수능의 변별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6~2027학년도 대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는 주력으로 준비하는 전형이 무엇이든 수능에 더욱 신경써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수능은 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돼 재학생이 대비하기가 종전보다 까다롭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2025학년도 수능은 전년도에 비해 대체로 평이했다는 평가다. 국어 만점자는 2024학년도 64명에서 1055명으로, 수학 만점자는 612명에서 152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2025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쉬웠고 탐구 영역으로 최소한의 변별력을 유지했다”며 “2028학년도 대입 전면 개편 전까지는 대체로 평이한 수준에서 변별력을 갖는 정도로 출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수환 강릉명륜고 교사는 “큰 변화가 불가피한 2028 대입이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원이 출제 기조를 갑자기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4학년도 수능 국어와 비교하면 2025학년도 수능은 만점자와 1등급의 등급 컷 표준점수 차이가 17점에서 8점으로 줄었다”며 “국어 수학이 쉬워져 동점자 구간이 많이 생겼고 상위권이 촘촘해졌다”고 설명했다.

◆수시·정시 전형의 변화 살펴야 = 수능의 영향력을 확인하려면 각 대학의 입시 변화부터 확인해야 한다. 대학은 지난해 4월 말 예비 고2 학생을 대상으로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화여대는 2026학년도부터 교과전형에서 면접을 폐지하고 교과 100%로 선발 방식을 변경하면서 ‘국어 수학 영어 탐구(1과목) 중 2개 영역 등급 합 5 이내’로 최저기준을 신설했다. 한양대도 2025학년도부터 교과전형 추천형과 종합전형 추천형에 최저기준을 도입한다.

경희대는 네오르네상스전형 의·약학계열에서 ‘수능 4개 영역 중 3개 합 4’로 최저기준을 추가한다. 서울교대 교직인성우수자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4개 합 10’, 이화여대 스크랜튼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1) 중 3개 합 5’를 요구한다.

의예과의 경우 더욱 높은 최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가톨릭대 의예과 학교장추천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절사) 중 3개 합 4’, 고려대 의예과 학업우수전형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1) 중 4개 합 5’를 충족해야 한다.

정시전형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서강대는 2026학년도 정시에서 수험생의 수능 성적을 A형, B형 두 가지 방식으로 산출한 뒤 높은 점수를 반영한다. A형은 수학 반영비율이 높고 B형은 국어 반영비율이 높다. 이는 기존에 수학을 잘 본 학생에게 유리했던 영역별 반영 비율이 이제는 국어를 잘 본 학생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성균관대는 2026학년도에 정시 가·다군의 모집 단위에서는 수능 표준점수를 활용하며 나군 모집 단위에서는 국어·수학·탐구 영역 성적을 백분위로 반영한다. 2025학년도 ‘물리학Ⅰ’ ‘화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의 백분위가 각각 99, 97이었던 것처럼 시험이 쉬워지면 만점자의 백분위가 100이 안 될 수 있다. 다른 탐구 과목을 선택해 백분위 100을 받은 학생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된다.

◆수험생 맞춤형 전략 수립 = 수시 지원자들은 최저기준 충족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용진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한 대학 내에서도 전형과 모집 단위에 따라 최저기준을 다르게 설정한 경우가 많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며 “수도권 대학의 최저기준은 대개 2 합 7인데, 수험생은 보통 영어와 탐구 영역을 포함해 충족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어가 중요한 전략과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용범 북일고 교사는 “영어는 수시 최저기준 충족에서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며 “수능에서 국어 수학은 4등급까지의 누적 비율이 40%이지만 절대평가인 영어는 까다로웠던 2024학년도 수능에서도 4등급까지의 누적 비율이 66.3%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은 학생부 평가에서 진로와 연계된 과목 선택이 중요하지만 수능은 최저기준을 맞추기 위해 다르게 선택해도 괜찮다. 자연계열 지망생이 수능에서 사탐 과목을 선택하는 식이다. 다만 김 교사는 “만약 고려대 수시를 겨냥하는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면 수능에서 사탐 선택은 피해야 한다”며 “사탐은 대체로 2등급 컷이 45점 전후에서 형성되는데, 오답률 70%에 해당하는 문제가 최소 2개 정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BS 연계 교재 학습도 중요하다. 김용진 교사는 “‘수능특강’ ‘수능완성’을 꼼꼼히 공부해 EBS 연계 문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 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는 “교과 성적이 7~9등급대라도 한 과목 4등급 이내를 최저기준으로 설정한 대학이 있다”며 “4등급은 4점짜리를 포기하고 2~3점짜리 문항만 맞추어도 확보할 수 있는 성적대”라고 설명했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모의고사 준비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고3을 보면 고2 겨울방학부터 3월 모의고사까지 집중력을 이어간다”면서도 “중간고사나 소풍 등의 체험학습과 맞물리는 5월 모의고사와 기말고사 무렵인 7월 모의고사를 앞두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답 정리”라며 “모르는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사탐런’이나 ‘확률과 통계’ 선택이 활발하다. 허철 진학사 수석연구원은 “의학계열과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확률과 통계’, 사탐 응시자가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있다”며 “과탐 4등급 이하인 학생이 사탐으로 옮겨 2~3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변경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정시를 주력 전형으로 삼는 예비 고2 학생 중에서 ‘미적분’ 대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 자연계열 진학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허 수석연구원은 “‘미적분’에서 4등급을 받는 학생이 ‘확률과 통계’로 바꿔서 2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괜찮다”면서도 “‘미적분’은 좀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3등급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면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부연했다.

탐구 영역 선택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정시에서는 과탐 한 과목 대신 사탐을 선택하거나 사탐 중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응시 인원이 많은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응시자가 많으면 난도와 관계없이 백분위가 더 높게 산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학계열 지망생이 수능에서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주로 선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어·수학 등 주요 과목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허 수석연구원은 “정시에서는 대체로 국어와 수학의 반영 비율이 높다”며 “난도를 예측하기 힘든 탐구 영역보다 주요 과목에 집중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 교사는 수학에 대해 “수능 수학은 공통 과목+선택 과목 구조가 되면서 이전에 비해 난도가 꽤 하락했다”며 “특히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는 기조라 문제 풀이가 더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2, 3점짜리 문제만 다 맞혀도 원점수가 48점으로 ‘확률과 통계’ 기준 5등급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며 “총 13문항인 4점짜리 문항 중 5개 정도만 맞혀도 4등급 혹은 3등급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학별 전형 계획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2026학년도 대입의 구체적인 전형 계획과 세부 사항을 담은 ‘모집 요강’은 수시는 5월, 정시는 8월경 공개된다. 각 대학의 모집 인원, 전형 방법,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이 달라질 수 있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9월 수시 지원 이후 수능 준비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수능은 졸업생이 다수 유입되는 데다 낯선 장소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압박 때문에 평상시보다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년 모집 인원부터 지원자 수, 수능 난도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지난해의 경쟁률과 합격선은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

◆학습 성향과 성적 고려한 지원 전략 세워야 = 진학 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를 강조한다. 수시는 학생부 중심이지만 최저기준 충족이 필수이며 정시는 수능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만큼 자신의 학습 성향과 성적을 고려해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수능 영향력이 커진 만큼 수능 학습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아울러 대학들의 입학전형 다양화 추세에 따라 수험생들은 더욱 세밀한 입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성적 산출 방식의 변화, 수능 최저기준의 신설 및 강화,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의 조정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학 상담교사나 입시 전문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대학 입시에서 수능은 수시·정시 모두에서 그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며 “수험생들은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목표 대학의 전형 방법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수시 지원 후 수능 준비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수 기자·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미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