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도 허리띠 졸라매는 중국
재정적자 2년여만에 첫 축소
내수부진 속 부양 기대 약화
중국이 경기둔화에도 재정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경기부양보다 재정부담을 낮추는 선택을 하면서 하반기 경제전망이 더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이 2023년 이후 처음으로 누적 재정적자 규모를 줄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 자료를 블룸버그가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중국의 양대 정부(중앙+지방) 예산 기준 재정적자는 3조16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약 4660억달러 규모다.
지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5월 한달 정부 지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1~5월 전체 지출도 0.3% 줄었다. 반면 정부 수입은 0.8% 늘었다. 경기둔화 국면에서 정부가 돈을 더 풀기보다 지출을 억제하고 세수를 늘리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문제는 내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소비지출과 투자가 팬데믹 이후 보기 어려웠던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수출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내수 부진을 완전히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그룹의 왕리성 이코노미스트 등은 보고서에서 “토지 매각 수입 감소와 정책은행 지원 축소로 2분기 재정정책의 성장 지원 효과가 1분기보다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출이 강하고 올해 성장 목표가 비교적 완만하다는 점을 들어 “단기간에 의미 있는 광범위한 부양책은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7%에서 4.5%로 낮췄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 목표의 하단에 가까운 수준이다.
부동산 침체도 부담이다. 지방정부의 핵심 수입원인 토지 매각 수입은 5월에 36% 가까이 급감했다. 두 자릿수 감소가 8개월째 이어졌다. 반면 세수는 5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7% 늘었다. 중국 당국이 해외 자본이익과 외국 소득에 대한 세금 징수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반기에는 정부 주도 투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올해 7조위안 이상을 인프라 투자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프라 관련 지출도 감소세다. 린 송 ING은행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주도 투자 반등이 민간투자 감소를 상쇄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부진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 성장둔화 압력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부양을 확대하면 재정부담과 부채 우려가 다시 불거진다. 중국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선택을 한 만큼, 하반기 경기 회복의 강도는 한층 불확실해졌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