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모두의 시장’은 어려운가

2026-06-24 13:00:22 게재

‘모두의 구청장’ ‘통합’ ‘갈등 봉합’….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서울 구청장 당선인들이 당선사례로 내놓은 말들이다. 소속 정당이 다른 후보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선거가 끝난 만큼 하나 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주민들 역시 끌어안겠다는 약속이다.

당선 이후가 아니라 선거기간 내내 ‘우리 모두의 구청장’을 앞세웠던 당선인도 있다. 해당 당선인은 정당간 대립으로 쪼개진 지역을 아우르고 여야 지지자 구분 없이 보듬는 행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청장직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협치를 실천하는가 하면 상대 후보의 장점을 본받겠다거나 좋은 공약은 자신의 공약에 담겠다는 당선인들도 있다. 여야 구분 없이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작 협치가 절실해 보이는 서울시장 당선인은 다르다. 선거가 끝나고 복귀한 직후 첫 행보부터 남다르다. 공무원들 가운데 상대 후보와 ‘내통’했던 인사를 찾는다며 공직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삼성역 안전 문제를 제기했던 방송사와 취재기자까지 고소·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는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선정한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25개 자치구 구청장 선거보다 훨씬 초박빙으로 끝났다. 강남권 몰표에 힘입어 개표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당선인이 결정됐다. 전체 자치구로 따져보면 진 곳이 훨씬 많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절반의 시민을 외면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의 승리’라더니 ‘오세훈 서울시’에서는 그를 지지했던 시민만 시민인가.

선거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감사의 정원’을 방문한 공무원들에게 교육시간을 인정해주겠다는 방침은 또 어떤가. 각 시·도 교육청에는 학생들 역사의식을 높일 수 있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전쟁 76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해당 공간에서 열었다. 선거 결과로 보자면 ‘감사의 정원’은 투표에 참여한 시민 중 적어도 절반 가량은 반대하는 구조물이다. 절반의 시민들 뜻을 어떻게 반영할지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할 마당에 ‘힘’으로 찍어 누르는 모양새다.

지방정부의 장은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절대자가 아니다. 시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를 행정에 잘 담고 지역 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일꾼’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소속 정당의 정책이나 이념을 앞세울 수 있겠지만 당선 이후에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는 안된다.

5선 서울시장.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어느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자리다. 대역전극을 펼치며 그 자리를 거머쥔 당선인에게 ‘모두의 시장’이 되어달라는 건 너무 어려운 주문인가.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