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직 임금 대위변제 제도화 ‘환영’

2026-06-23 13:00:03 게재

국토부 고시 개정, ‘임금 선지급 관행’ 편입 … 전고협 “체불예방·생계안정 기대”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에서 직업소개소가 일용노동자에게 임금을 먼저 지급한 경우 해당 금액을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해 정산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조달시스템 등을 통한 공사대금의 청구 및 지급 등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지난 19일 확정·고시했다. 이에 전국고용서비스협회(전고협)는 “건설일용노동자의 임금보호를 강화하고 건설현장의 임금 지급 질서를 투명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23일 전고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고시 개정은 특정 사업자의 권익 확대가 아니라 건설일용노동자의 임금보호와 생계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통장 없는 건설 일용노동자는 일하지 말라는 겁니까” 1월 21일 전남 전주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 의원사무실 부근에서 건설일용노동자와 전국고용서비스협회 유료직업소개소 회원 400여명이 ‘당일 노동 당일 임금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거리행진하고 있다. 사진 전고협 제공

국토부는 2022년 고시를 통해 임금체불을 막고 근로기준법상 임금 직접지급 원칙을 준수한다는 취지로 공공공사에서 임금 대위변제를 금지했다. 또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이용 의무 대상을 현재 공공공사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공사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건설현장에는 노동자 유형에 따라 임금 지급 주기의 차이가 존재한다. 월 단위 임금지급이 가능한 건설기능인력과 달리 건설일용노동자는 식비·교통비·가족생활비 등 생계비 마련을 위해 당일 임금 수령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임금 대위변제’는 직업소개소가 건설일용노동자에게 당일 일당을 먼저 지급한 뒤 건설업체로부터 임금과 소개수수료(선불노무비)를 회수하는 관행을 말한다.

당초 고시의 취지는 임금체불 방지였지만, 역설적으로 건설일용노동자의 취업과 당일 임금 수령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건설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내일신문 2025년 2월 21일자 건설일용근로자 체불예방 ‘임금 대위변제’ 제도화해야‘( https://www.naeil.com/news/read/538867) 참조>

이번 개정 고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 대위변제 관행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한 것이다.

고시에 따르면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은 직업소개사업자가 건설노동자에게 임금을 선지급한 경우 해당 임금 상당액에 대해 지급 대상을 노동자에서 직업소개사업자로 변경해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건설노동자의 임금 대위변제 동의서, 직업소개사업자의 임금 선지급 내역,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의 확인서, 직업소개사업자 등록·신고증, 통장 사본 등을 제출해야 한다. 유료직업소개사업자의 경우 소개요금 관련 자료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공사대금 지급 규정에도 예외 조항이 신설됐다. 기존에는 건설노동자 임금을 해당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직업소개사업자가 임금을 선지급한 경우 관련 서류를 확인한 뒤 직업소개사업자 계좌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전고협은 “이번 개정이 없었다면 공공공사 현장에서만 4만~7만명의 건설일용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었지만, 임금 대위변제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해소됐다”며 “선지급 사실과 지급 내역, 동의서 등 증빙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돼 임금 지급의 투명성과 체불 예방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는 “건설일용노동자의 절박한 처지를 세심하게 반영한 조치로서 이재명정부 실용주의 정책의 모범이 될 만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임금체불을 경험한 비율은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 노동자가 34.0%인 반면 직업소개소 이용자는 16.9%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료직업소개소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71.3%가 ’체불 없이 매일 일당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전고협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건설일용노동자의 92.4%는 당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업소개소 일자리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다음 달 임금을 받는 건설업체 직영 일자리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7.6%에 그쳤다.

전고협은 관련 서식 표준화와 인증마크 도입, 종합신고센터 운영 등을 통해 건설일용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건전한 고용서비스 시장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진덕 전고협 건설서비스분과위원장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운영돼 온 임금 선지급 기능을 투명한 절차 안에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며 “건설일용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건전한 고용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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