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상승장에 숨겨진 레버리지의 함정
최근 한국 증시가 이례적으로 거칠어졌다. 하루 걸러 역사적 폭락과 폭등이 반복된다. 원래 이런 장세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같은 초대형 충격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평시에도 이런 변동성이 출현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는 올해 들어 사상 최대 낙폭과 역대 최대 상승폭을 모두 기록했다. 하루만에 8% 넘게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뒤 다음날 8% 넘게 반등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전쟁 금리 환율 등 글로벌 변수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뉴스에 미국이나 일본 증시가 2~3% 움직일 때 한국 시장만 8% 안팎으로 출렁인다면 그 원인은 국내 시장 구조에서도 찾아야 한다.
레버리지 ETF, 새로운 구조적 변수로 등장
최근 증시의 가장 큰 구조적 변화 중 하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등장이다.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됐다. 8개 운용사가 동시에 16개 상품을 출시했다. 상장 첫날 거래대금은 10조원을 넘어섰고, 상장 후 3일간 누적 거래대금은 28조원에 육박했다. 단순한 신상품 흥행을 넘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불필요하게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문제는 레버리지의 특성이다. 투자금 1억원이 들어오면 시장에는 2억원 규모의 매수 효과가 발생한다. 상승장에서 상승폭을 확대하고, 하락장에서 낙폭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상 종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월 말 코스피 시가총액 50%를 돌파했다. 따라서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수요가 코스피 전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증시에서 흔히 말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다.
레버리지 ETF는 단순히 수익률을 두배로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메커니즘을 내포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포지션을 조정한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를 하고, 주가가 내리면 추가 매도를 해야 한다. 따라서 상승장에서는 종가 부근 매수세가 몰리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물량이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상승과 하락은 더 급격하게 나타난다.
개인 투자자들이 특히 주의할 점은 레버리지 ETF의 장기 보유 위험이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 100만원이 10% 상승한(110만원) 뒤 다시 10% 하락하면(-11만원) 원금 100만원은 99만원이 된다. 손실은 1%다. 그러나 2배 레버리지 ETF는 120만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20% 하락하면서 96만원이 된다. 손실은 4%로 확대된다.
더 심각한 것은 변동성 손실이다.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다. 주가가 등락을 반복한 뒤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ETF 가치는 감소한다. 만약 7% 등락이 30회 반복된다면 2배 레버리지 ETF 가치는 44.8% 하락한다. 기초자산은 제자리인데 투자 원금은 거의 반토막이 난다. 이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레버리지 ETF를 하루 단위 초단기 상품으로 분류하며 장기 보유에 부적합하다고 경고해 왔다.
현재 한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단순한 시장심리의 문제가 아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확대, 국민연금의 시장 안정화 기능 약화, 신용거래 증가와 반대매매 확대가 결합하면서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 국민연금은 주가가 오르면 일부 매도하고, 하락하면 매수하면서 시장의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원래 목표치인 14.9%를 최대 28.8%까지 확대하면서 현재 3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적극적 리밸런싱이 어려워지면서 시장의 안전판 기능도 약해졌다. 여기에 신용 거래까지 늘어나고 있다. 상승기에 빚을 내 투자한 자금은 하락기에 반대 매매를 유발한다. 주가 하락이 또 다른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한국 증시 급등락, 위험 관리 중요성 경고하는 신호
시장이 가장 위험할 때 일부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기회로 착각한다. 실제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명분 중 하나는 해외 시장(유사 상품 먼저 출시한 홍콩)으로 빠져나가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큰 자금이 단기간에 몰리면서 시장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오를 때 레버리지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 레버리지는 가장 먼저 투자자를 배신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음 상승 종목을 선택하기보다 시장구조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한국 증시가 보여주는 급등락은 새로운 투자 기회가 아니라,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경고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
박진범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