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선관위 회계검사 나선다
김호철 원장,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
“선관위 자료수집 착수, 7월께 실지감사”
“국민편익 향상 중심 감사 패러다임 전환”
감사원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회계검사에 나선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24일 감사원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선거에서의 참정권 침해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어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늘 회계검사를 위한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자료 수집을 해 감사의 범위와 기간을 정하고 검사 사항을 선정하는 대로 대략 7월 정도에는 실지감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회계검사에 착수한 것은 선관위의 부실 선거관리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감사원도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 진상 규명에 기여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고유 업무에 대해선 직무감찰을 할 수 없지만 회계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은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헌법기관에 대한 회계검사는 저희에게 주어진 헌법상·감사원법상의 책무”라며 “자료를 수집하고 드러나는 사실관계를 종합해 할 수 있는 검사 사항을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회계검사에는 행정안전감사국이 투입돼 30여명의 감사관이 자료 수집에 나선 상태다.
김 원장은 구체적인 검사 사항과 관련해 “선거 경비의 목적 외 지출이나 부실한 선거경비 정산, 선거장비·물품의 부당 구입 및 장기간 방치 등 그동안 회계검사를 통해 드러난 여러 문제가 있다”며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회계 집행이나 재정운용과 관련한 유의미한 결과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외부 통제가 취약한 헌법기관 등에 대해 국가 최고 감사기구로서 부여된 회계검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올해 초 취임 이후 처음이다.
김 원장은 지난 6개월간의 쇄신 성과로 정치·표적감사 논란이 끊이질 않던 정책감사를 폐지하고 사무처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사전 통제 시스템을 강화한 것을 꼽았다.
실제 김 원장 취임 이후 감사원은 중요 정책결정에 대한 당부를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예외적으로 감사가 가능한 경우도 불법·부패행위로 축소했다. 또 사무처의 감사사항 선정, 수사요청 등 주요 의사결정은 감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정치감사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은 특별조사국은 폐지하고 대인감찰과 부패차단 기능에 집중하는 반부패조사국으로 재편했다.
김 원장은 책임추궁·지적 감사에서 국민체감형 감사로 전환한 것도 성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올해 연간 감사계획에 국민생활과 안전에 직결되는 국민체감형 감사 18개 과제를 포함했고, 국민편익을 증진한 직원에 대한 특별포상제도도 도입했다.
디지털 포렌식은 필요 최소 범위에서만 진행하고 동일인에 대한 문답조사는 3회 또는 3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등 인권 친화적 감사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성과로 꼽았다.
김 원장은 향후 감사원 운영기조로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편익 향상’을 역점에 둔 감사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감사사항 선정 단계부터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감사 과정에서도 현장 문제 해결과 국민편익 향상을 위한 대안제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감사 결과도 잘못을 추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편익 증진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불법 마약류 통관, 금융 투자자 보호, 장애인 복지사각 등 10개 시범감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기후환경위기 대응, 지방토착비리·재정누수 차단 등에 대한 감사도 역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향후 4년간 기후환경위기 감사 로드맵을 마련하고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녹색산업 성장 및 R&D 등 3대 분야를 체계적으로 감사할 예정이다. 또 신설된 반부패조사국을 중심으로 하반기 지방토착비리 집중 감찰을 계획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밖에 국민 권익 보호 기능 강화 차원에서 조세·산재 분야에 편중된 심사청구 제도를 금융·개인정보보호 등 분야로 넓히고, AI기반 감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감사업무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감사원이 국민의 불편과 어려움을 해소하고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며 “신뢰받는 기관으로 도약하고 국민 앞에 바로 서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