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악은 우리의 얼굴이다
대금 연주자로 무대에 서서 땀 흘리던 청년 시절부터, 대학에서 전통 음악의 미래를 고민하던 교육자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심에 늘 국악을 두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전통 예술의 종가(宗家)라 할 수 있는 국립국악원의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지난 2년여 간의 수장 공백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현장과 강단, 정책과 행정을 두루 경험한 사람으로서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우리 음악의 미래를 넓혀가겠다는 큰 뜻으로 국립국악원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선, 국악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일상에서 향유하는 ‘우리 모두의 국악원’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 속에서 소중한 전통문화를 지켜왔지만 한편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문화마저 훼손될 위기를 겪은 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국악은 오랫동안 전승과 보존이라는 절박한 사명 아래, 수많은 국악인이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음악의 맥을 잇기 위해 헌신해 왔으며, 오늘의 국악은 그분들의 노력 위에 서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소중한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즉 전통 보전을 넘어 국악을 우리 모두의 언어로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우리 소리를 접하고, 청년들이 즐기며,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만나는 문화가 될 때 비로소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모두의 국악원’ 만들 것
국립국악원은 전통의 본질은 굳건히 지키되 표현과 소통의 방식을 더욱 열린 방향으로 확장해 나가겠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유형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이라면 국립국악원은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온 소리와 춤, 연희와 정신을 품고 있는 무형유산의 공간이다. 대한민국 문화를 떠받치는 유형유산과 무형유산의 양축이 함께 살아 움직일 때 문화의 품격과 위상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국립국악원은 전통 예술의 원형을 보존·연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미래 세대와 세계인에게 전하는 세계적인 문화 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또한 ‘국악진흥법’에 따라 법정기념일이 된 ‘국악의 날’을 온 국민의 문화 축제로 발전시키고, 본원(서초)과 지원(부산, 남원, 진도)의 보유 자산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전통 예술의 보존과 활용, 연구와 창작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
나아가 국립국악원을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기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전 세계가 K-팝, K-드라마를 넘어 한국 문화의 뿌리와 정체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는 K-컬처를 가능하게 한 원초적 DNA를 지니고 있으며, 국악은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국악이 창조적 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확장하고,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동시대적 문화 언어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우리 음악이 지닌 예술성과 정신적 가치는 전세계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창작과 공연, 교육과 연구를 통해 국악의 가치를 세계인과 나누는 문화 외교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세계인의 마음 움직이는 문화 언어 되기를
전통은 과거를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해 흐를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국립국악원은 국악을 우리 모두의 언어로 만들고, 전통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우리 모두의 국악원’에서 피어난 우리 소리가 국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의 언어가 되기를 희망한다.
국립국악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