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광산업의 발상지에서 마이스산업의 중심지로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맞이한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올해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국내 관광단지 1호인 보문관광단지 지정 50주년, 아울러 불국사와 석굴암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30주년이 되는 아주 뜻깊은 한해다.
특히 하반기에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회의를 넘어 개최국의 품격은 물론 외교 경제 문화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자리로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서울,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경주에서 3번째로 개최되는 범국가적인 행사로 천년의 고도인 서라벌과 한류문화의 뿌리인 신라의 문화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사실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1971년 경주관광종합계획에 따라 1975년 첫 관광단지로 지정되고 1979년 개장했다. 당시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시절 가족들과 잠시 들러는 유원지나 유적지의 개념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외화를 벌여 들이고자 관광을 산업적인 개념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아울러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국제회의장을 함께 입지시키는 복합관광단지 개념의 정립,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호텔학교의 설립 등 국가가 시범적으로 전력투구해 직영 관리하는 등의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 근대화의 산 역사 장소이기도 하다.
세번째 범국가적 APEC 정상회의 개최
특히 1970년대 돈이 없어 세계은행과의 IBRD 차관협정을 체결해 그 당시 2200만달러(약 232억원)의 관광자금을 차입하고, 외국인 관광수용태세 구축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대한민국 관광1번지’로서의 높은 가치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보문관광단지 중심에 있는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옥에는 ‘육부촌(六部村)’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신라시대 경주 왕가와 건국의 일등공신인 여섯 부족의 회의와 협의를 했던 역사적인 스토리를 차용했다. 이 장소는 1979년 당시 보문관광단지 개장과 함께 제28차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 워크숍을 통해 세계 40여 개국, 2000여명의 외국 대표들의 회의 장소로 활용한 대한민국 컨벤션 산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재정적 투자와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광산업의 불모지에서 관광보국(觀光報國)으로 나라를 일으켜 보자는 신라인 경북인 한민족의 국제성과 혁신성, 창의성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선배들의 희생과 열정이 밑거름이 되었으며, 지금의 한국 여권파워 세계 2위, 외국인 관광객 1600만 시대라는 관광대국의 명성은 감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선배들이 이루어낸 찬란한 관광 반세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트랜드에 맞게 경주의 역사문화 헤리티지와 함께 인근 포항의 과학산업의 첨단 인프라, 곧 하늘길이 열리는 울릉 공항시대를 맞는 동해바다 섬 관광 등과 연계하는 지속가능한 마이스(MICE)산업 도시로서의 국제적인 모델로 가져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PATA 유치 등 경주의 도전 이어지길
앞으로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세계 각국의 정상에게 알리는 것과 동시에 대한민국 관광 반세기의 우수한 역사와 상징성을 홍보하고, 향후 2026년 PATA 연차총회 유치 등으로 대한민국의 보물인 경주 보문단지의 끊임 없는 도전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