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아프리카 톺아보기

트럼프 2기 대(對)아프리카 항로와 한국의 길

2025-02-06 13:00:05 게재

트럼프 2기의 돛이 펼쳐졌다. 그러면 앞으로 아프리카를 향한 트럼프 2기의 항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프리카를 ‘거지소굴(shithole)’이라 멸칭했던 2017년의 트럼프는 2025년에 이르러서 과연 바뀌었을까?

트럼프 1기는 ‘프로스퍼 아프리카(Prosper Africa)’를 통해 아프리카에 투자하려는 미국 기업을 지원하고,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창립해 아프리카 개발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아프리카를 외면하진 않았지만 재임 4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한 적이 없다. 과연 트럼프 2기는 어떨까?

취임 전부터 트럼프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 이면에는 크게 두가지 의도가 있다. 그린란드에 매장된 ‘광물’, 그리고 ‘중국’이다. 미국정부가 작성한 핵심 광물 리스트 50개 중 대부분은 중국이 공급한다. 이 가운데 43가지가 그린란드에 매장되어 있다. 또한 중국은 파나마와 수교를 맺은 이후 파나마의 주요 인프라 사업에 자국 기업들을 진출시켰다. 그리고 현재 파나마 운하의 주요 항구 5곳 중 2곳은 홍콩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중국이 북극해 항로를 통해 미국의 머리 위를 지나다니고 아래로는 남미와 파나마까지 진출해 미국의 다리를 묶어 버리는 양상이다. 이는 안보와 연결되며 안보 불안은 곧 경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강한미국(MAGA)’을 지향하는 트럼프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독점 놔두지 않을 것

그만큼 눈엣가시인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철도 도로 교량 항만 통신망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꾸준히 실행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베이징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개최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에 향후 3년간 507억달러(약 73조8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같은 중국의 행보에 미국은 견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투자 확대 의지는 ‘로비토 회랑(Lobito Corridor)’ 프로젝트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잠비아를 지나 앙골라의 로비토 항구까지 1300㎞ 길이의 철도 물류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2022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스위스-포르투갈-벨기에 컨소시엄이 중국을 제치고 철도 운영권을 얻어냈으며 미국은 17억달러(약 2조 5000억원) 규모의 이 대형 프로젝트에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프리카를 향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속내는 올 9월 만료 예정인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의 연장 여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2000년 클린턴 시절에 시작된 AGOA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할 때 관세와 쿼터를 면제하는 법률이다. 나이지리아 남아공 등 아프리카의 33개국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AGOA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득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를 상기해본다면 다자협정보다도 이해득실을 따져보면서 아프리카 국가와 양자 또는 소다자주의 협약으로 갈 수 있다. 즉 전방위적인 투자 및 협력 관계 구축보다는 전략적 선택을 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산업에 관심이 큰 트럼프는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원유와 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국가와 더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의 큰 시장 아프리카 방관 어려워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경제와 연계되는 자원안보로서의 아프리카를 경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지속적으로 안보포럼을 개최하며 지부티 기니 군사기지 구축뿐 아니라 나아지리아 탄자니아 모잠비크 앙골라 세이셸군도 마다가스카르 등에 해상 보급기지를 확보했다.

이와 더불어 사헬 쿠데타 벨트로 알려진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프랑스군의 철수가 이어지고 러시아와 중국 등 협력 파트너의 등장으로 새로운 세력균형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니제르정부는 우라늄 광산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채굴권을 박탈하고 러시아와 이란 등 파트너를 모색하면서 서방국가들의 자원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이차전지 핵심 광물인 흑연의 공급망을 98%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중국은 자국이 확보한 갈륨 흑연 등 핵심 광물의 미국 수출 등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반격이 예상된다.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국 입장에서는 아프리카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대륙에 매장된 광물 자원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니켈 리튬 망간 코발트 희토류 등 세계 광물자원 매장량의 30%와 이차전지 관련 광물의 70%가 매장되어 있다.

현재 미국은 ‘광물 안보 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을 통해 콩고민주공화국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과 아프리카의 핵심 광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광물 무역으로 중국과 날을 세워 온 미국을 떠올려 본다면 트럼프 2기는 ‘중국 견제’와 ‘핵심 광물자원 확보’라는 틀에서 대 아프리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아프리카가 노동력과 생산성 그리고 소비시장으로서 큰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용성을 중시하는 트럼프가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은 약 3.8%로, 전세계 평균(3.2%)보다 높은 상황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평균 중위연령은 18.8세로 30,6세인 세계 평균 중위연령보다 10살 이상 젊다. 이는 생산성 높은 노동력을 보장한다. UN은 2050년 세계인구가 약 100억명(현재 81억6000만명)에 이르고 4명 중 1명이 아프리카인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렇듯 미래의 큰 시장 아프리카를 미국이 방관하진 않을 것이다.

자원과 안보 두 측면에서 아프리카 접근

안보와 자원을 축으로 하는 트럼프 2기의 대 아프리카 정책을 예상해 볼 때 우리는 시장 기반 질서와 한미동맹의 틀에서 다자협력체제 구축을 구상해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는 우리 수출품에 10% 수준의 보편관세를 매길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은 자동차 통신 전자 등 우리가 우위를 점하던 산업을 추월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글로벌사우스의 큰 축인 아프리카에서 이어가야 한다.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정부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해 아프리카 대륙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다. 아프리카 시장 진출은 물론 중국의존도에서 벗어나 광물자원 공급망 다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했다. 광물자원 확보와 더불어 포용적 녹색성장 기조로 산업구조를 재편성하는 아프리카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아프리카는 국가별 접근이 비효율적이다. 권역별 주요국 공략으로 접근한다면, 대륙으로 확장해 갈 수 있다. 또한 산업 생태계 조성과 무역량 증가에 긍정적 기반이 될 수 있는 문화 자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ODA사업을 일시적 시혜성 사업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현지 산업 생태계 구축의 마중물로 삼아서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은 단기 수익이 아닌 교육, 서비스 등 미래가치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는 보이지 않는 대항해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누군가의 항로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지금이 우리 항로를 구축할 적기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주도적으로 항로를 개척해 아프리카 시장으로 입항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