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딥시크 충격과 한국의 진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챗GPT급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수천억원대 자금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딥시크는 100억도 안되는 돈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1950년대 페어차일드에서 발명된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를 기반으로 한 전자산업은 미국 IBM을 통해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정점은 미국이 아닌 일본이 찍었다.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대명사 소니 ‘워크맨’이다. 1980~1990년대 전세계 모든 젊은이들 이 기기를 갖길 원했다. 미국 AT&T의 벨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터넷과 휴대전화 산업은 미국 모토롤라를 거쳐 한국 삼성과 LG에서 꽃을 피워냈다.
기술 상업화 과정은 창조, 시장개척, 최적화 사이클 거치며 인류의 삶 바꿔
AI도 2017년 구글의 트랜스포머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2022년 오픈AI의 챗GPT 서비스를 등장시켰고 중국 딥시크가 놀랄만한 성과를 이뤘다. 기술의 상업화 과정에서 창조→시장개척→최적화 사이클은 일관된 흐름이다. 그리고 기술 산업화라는 일관된 흐름을 거치며 인류의 삶을 바꿔 놓았다. 이 패턴으로 미국 기업이 창조하고 상업화에 성공했고 극동 아시아 3개국 기업들이 최적화를 해냈다. 일본 한국 이제는 중국이다.
재미있는 흐름은 최적화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산업은 ‘워크맨’ 이후 수많은 흐름이 만들어졌다. 박막디스플레이, 비디오·DVD 플레이어를 거쳐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분야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등으로 정리됐다.
이제 AI는 창조·발전을 지나 최적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당연히 국내 산업계 종사자들은 딥시크 충격으로 많은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한국이 인터넷·휴대전화 분야 최적화 기업을 보유했고 여전히 최종 시장지배자의 한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으니 좌절감이 안들면 이상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창조·발전 과정에서 밀착 모니터하면서 모방 개발 실패 재시도의 과정을 혁신적으로 거치지 않으면 누구도 최적화를 해낼 수 없다.
한국은 이미 AI시대의 창조·발전 과정에서 많은 판단의 실수를 범했다. 그동안의 패턴은 미국이 창조·발전시키고 아시아 3국이 최적화해냈는데 결국 최종 시장지배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같은 패턴을 보인다면 AI도 미국 기업이 최종 시장지배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잠재적 후보자는 창조·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플레이어로 구글 메타 오픈AI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번 최종 승자는 아직 알 수 없다. 특히 딥시크의 파장은 그 규모가 커서 충격이 더 오래간다. 충격이 크다보니 잠재적 후보자들도 허둥대는 듯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들이 최종 시장지배자 가능성을 잃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적화를 만들어 낸 기업들은 새로운 창조를 해내고 그것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혜롭게 설득해야 한다. 기존 창조·발전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없다면 최적화를 해낸 기업들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만들어낸 뒤 노하우와 방법론을 이해해야 한다. AI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이런 식의 협력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전개가 무척 궁금하다. 한국 소외에 대한 우려는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최적화를 해내지 못한 대신 배우려고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AI시대 뒤처진 한국 마음껏 시도해보고 실패해도 되는 환경 만들어야
2000년대 삼성 엘지의 휴대전화 전시부스에는 중국 엔지니어들이 그들 눈으로 확인하고 사진 찍고 베끼느라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AI 분야의 전시장은 오픈 소스 나눔의 장(GitHub)이다. 한국 기업들이, 한국 엔지니어들이 이 전시장에서 마음껏 모방하고 시도하고 실패해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기운이 쌓여야 다음 기술 분야에서 최소한 창조·발전 최적화, 그리고 최종 시장지배자의 한자리를 차지할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