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민주주의의 복원은 가능할까

2025-02-10 13:00:05 게재

12·3 비상계엄 이후 두달이 훌쩍 넘었다. 다음 달 중순 이후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종국판결이 있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계엄 이후 지난 해 12·14 윤석열 탄핵소추 가결, 12·31 체포영장 발부, 1·15일 체포영장 집행, 19일 구속영장 발부, 1·26일 구속 기소, 이후 헌재의 변론준비 기일을 거쳐 변론이 6차례 진행됐고, 헌재가 지정한 기일은 두번 더 남았다.

빠르면 이번 달 안에 변론기일이 모두 끝나고, 평의가 2, 3주 진행되고 나면 헌재의 종국심판이 내려질 수 있다. 1월 19일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민간인 폭도가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권의 이해관계 다툼과 맞물려 극단화하고 있다. 급기야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월 25일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법원이 거대야당의 지휘하에 대통령에 대한 내란 몰이에 나선 것이 작금의 혼란을 불러 온 실질적인 내란 행위”라며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는 그 자체로 완벽한 내란 행위”라고 했다. 대놓고 프레임을 바꾸려 하고 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홍장원과 곽종근이 시작한 내란 프레임과 탄핵공작’으로 규정짓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내란세력의 위험한 계엄 프레임 바꾸기

이 뿐만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 세 명의 ‘회피’를 주장하며 헌재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의 흠결을 끊임없이 전파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여론조사에 고무된 국민의힘은 말 할 것도 없다. 보수정당이 오늘의 국민의힘처럼 우경화된 적을 일찍이 본적이 없다.

7,8년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박빙이고, 내란의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청구인이자 피고인 신분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명태균 게이트 때의 20%대를 훌쩍 넘었다. 이쯤되면 윤 대통령과 그의 대리인들의 주장처럼 12·3 비상계엄은 ‘실패한 계엄’이 아닐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과 예산권, 검사 탄핵 등의 과도한 사용을 입법농단, 예산농단, 탄핵농단으로 네이밍하면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자 불가피하게 계엄을 선포했다는 궤변과 혹세무민을 지지자들에게 교리처럼 전파하고 있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 주체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의신청을 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고, 체포적부심은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기각됐고, 법원의 구속영장 역시 발부됐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실질적인 내란’이라 규정하고 태극기 세력에게 이론적 논거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헌재의 탄핵심판은 물론 이후의 형사법정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진행형인 이 ‘난리(亂離)’의 본질은 ‘12·3 비상계엄이 헌법 제77조에 명시되어 있는 구성 요건을 충족했는가. 계엄 선포가 만약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면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것인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다. 내란 혐의로 기소됐으므로 이에 대한 형사재판은 그것대로 진행될 별개의 사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 헌재에 의해 인정됐지만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탄핵이 기각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과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급기야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입법과 탄핵, 예산을 ‘농단’했다고 규정하고, 이는 헌법 제77조에 명시되어 있는 ‘전시와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는 논리를 만들어 냈다.

따라서 계엄은 정당했고, 탄핵을 추진하는 세력이 오히려 ‘내란 세력’이라는 기이한 프레임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태극기 세력을 추동하는 강한 이론적 도구로 등극했다.

'지성대 반지성의 대결' 지금부터 일 수도

이에 더해 부정선거 이슈, 중국 이슈까지 동원되면서 비상계엄의 핵심 논제가 흐려지고 있다. 숱한 법리 논쟁, 절차적 문제의 제기는 드디어 헌재에 대한 원망과 비판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까지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극단우파 등장으로 급진 우경화가 민주주의를 음습한 늪으로 몰고가는 것은 아닌가. 민주주의의 복원력으로 계엄이 해제됐고 윤 대통령이 구속 기소됐지만 이 땅의 지성 대 반지성의 대결은 어쩌면 지금부터인지 모른다. 민주주의는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