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소득격차 확대의 시사점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소득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백화점 식료품 매장은 발딛을 틈 없이 붐비는 반면, 하루 한 끼나 두 끼밖에 먹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인스턴트 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복리후생 제도의 일환으로 티켓 레스토랑 사업을 운영하는 에덴레드 재팬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직장인의 평균 점심비용은 424엔(약 4000원)으로 나타났는데, 서울시 평균 짜장면 가격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소득격차 확대로 일본 직장인 평균 점심비용 4000원 수준
후생노동성이 지난 2월 5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2% 감소했으며, 실질임금이 마이너스인 상태는 이미 3년 연속 지속되고 있다. 2024년에는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명목임금’에 해당하는 현금급여 총액이 2.9% 증가해 월 34만8182엔으로, 3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질임금을 산출할 때 사용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3.2% 상승함에 따라,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은 음식값이나 식료품 가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국립 도쿄대학은 2025년 신입생부터 학부과정의 연간 수업료를 기존 53만5800엔에서 20% 인상된 64만2960엔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대학 4년간의 수업료 부담은 약 43만엔이 증가하게 된다. 도쿄대학의 이와 같은 조치에 대해 좀처럼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수업료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데모를 실시했다.
일본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던 1970년대경에는 일본 인구 약 1억명의 대다수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의식하고 있어 '일억 총중류 사회'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을 우려한 일본은행은 1987년 2월까지 정책금리를 기존 5%에서 2.5%로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이러한 금리 인하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자산 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후, 자산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급격한 금융긴축정책과 부동산 관련 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락, 결국 거품경제가 붕괴되게 되었다. 거품경제의 붕괴는 기업 도산과 실업자 증가로 이어졌으며,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의 원인이 되어 일본 사회의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2024년 평균 비정규직근로자 비율은 36.8%에 달하고 있다.
일본 경제와 사회, 명암 제대로 파악해 반면교사 삼아야
소득격차의 확대는 지니계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소득 기준 지니 계수는 2018년 0.5594에서 2021년 0.5700으로 상승했고,재분배 소득 지니 계수도 같은 기간 0.3721에서 0.3813으로 증가했다. 이는 일본 내 소득 격차가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2021년 기준 15.7%로, G7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66세 이상 고령자 빈곤율은 한국의 39.3%에 비해 낮지만 20%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20~24세 청년층의 빈곤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소득격차의 확대는 ’야미바이토‘(일본어로 ‘어둠’을 뜻하는 ‘야미’와 ‘아르바이트’를 의미하는 ‘바이토’)라 불리는 불법 아르바이트와, '다친보'(일본어로 '계속 서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불리는 성매매 증가의 한 가지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와 사회에는 본받아야 할 점과 경계해야 할 점이 함께 존재한다. 이 두 가지 측면을 명확히 구분하여 적절히 적용한다면 한국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