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공지능 시대 인재 양성의 중요성

2025-02-10 13:00:06 게재

창업 3년차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지난달 미국 오픈AI의 기술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 모델 R1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데이터와 더 고성능의 하드웨어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AI 성능을 더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딥시크 연구·개발 인력의 규모가 150명도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신형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만 40세의 창업자 량원펑을 비롯해 중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20~30대 젊은 개발자들이 만든 성과라 주목된다.

기존 패러다임 벗어나 실용주의 택해

중국 AI 인재들의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가 세계 상위 20% 이내 AI 연구자들의 국적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19년 29%였던 중국의 비중은 2022년 47%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AI 연구자 비중이 변화 없이 2%에 머물러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딥시크는 AI 시장의 선두 주자가 세팅해 놓은 ‘규모의 경쟁’ 패러다임을 따르지 않고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는데, 우리나라의 AI 인재 양성도 그런 방식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구직자는 학부 4년, 석사 2년, 필요하면 박사까지 마친 후 취업하는 긴 교육 과정을 당연히 여긴다. 기업 또한 학력 수준이 높은 인재만 뽑아 활용하려고 한다. 더 효율적 방식이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단기 집중 교육으로 필수 역량을 먼저 익힌 다음, 입사 후 일하면서 전문 과정을 교육받으며 성장하는 것은 어떨까? 기업과 대학이 함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과정을 만들어 공동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업 내 전문가가 학교에서 강의하고, 반대로 대학 교수가 기업 내 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침 올해는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이 시행되는 원년이다. 이 법은 기업이 사내 전문가와 보유 장비를 활용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주도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이라 효율적이다. 해외에서는 구직자와 재직자에 대한 교육 훈련은 기본이고, 10대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만 TSMC는 2022년부터 일부 고교에 6주 과정의 반도체 교육을 매 학기 개설한다. 네덜란드 ASML과 영국 ARM은 임원이 직접 고교를 찾아가 강연하며, 초등학생에게도 반도체를 가르친다. 업계의 비전을 널리 알려서 미래 인재를 서둘러 확보하려는 장기적 계획의 일환이다.

정부 AI 인재 양성과 유지에 최선 다해야

2022년 말 챗GPT 공개로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 지 겨우 2년이지만, AI의 발전 속도를 생각했을 때 인재 확보, 데이터센터 건설 등 여러 측면에서 적극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학령 인구가 줄고 이공계에 대한 인기가 감소하고, 미국의 인재 스카우트 시도 등 인재 부족 원인은 많겠지만, 해결할 묘수는 사실 없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당장 틀을 깨는 현장 중심 교육, 기업과 대학이 함께 하는 유연한 교육 과정이 많이 생겨야 한다. 수학을 통해 논리력과 문해력을 키우는 교육도 중요하다.

정부는 AI 연구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대학과 기업을 지원하고 AI 인재의 양성과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