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역대급 은행 실적이 불편한 이유

2025-02-11 13:00:14 게재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금융권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에서는 기본급의 세배 가까운 성과급이 책정됐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증가하고, 대출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동산 경매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은 많은 국민에게 불편한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다.

가계대출과 예대마진에 기댄 고수익 모델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 커져

은행들의 높은 수익은 가계대출 증가와 예대마진의 확대에서 비롯됐다.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며 대출금리를 유지하는 한편, 예금금리는 빠르게 낮추었다. 그 결과 대출자들은 여전히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했고, 예금자들은 낮은 금리로 금융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맞았다. 예대마진 중심의 은행 수익 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수익 모델이 지속된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금융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저금리 시기, 은행들은 공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하며 부동산 투자 수요를 자극했고, 이는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끌까지 동원한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했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시장이 냉각되면서 기대했던 자본이득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반면 은행은 여전히 높은 가산금리 부과를 통해 역대급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구조는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낮은 예금금리와 제한된 상품으로 인해 금융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은퇴를 앞둔 중장년 예금자들도 결국 자산 증식을 위해 부동산 투자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위주 수익 창출 전략은 자산 시장을 왜곡하고 금융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배경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지속 가능한 금융 환경을 조성하려면,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 잡힌 금융중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금융소비자 중심의 공정한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 대출금리는 정책금리 변화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보다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예금금리는 금융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고려해 연금형 금융상품 등 장기적인 금융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금융 및 금융시장 육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은 혁신기업과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중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금융 시스템 구축 위해 은행이 변화할 시점

은행의 높은 수익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은행이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그 수익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것이 국민경제와 금융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이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린다면 이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은행 수익 구조는 대출자와 예금자로부터의 소득 이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금융 불평등과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은행의 수익 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의 은행 수익 구조는 국민에게 ‘은행만 이득을 본다’는 불만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은행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