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공들인 광주 AI 생태계 중대기로
국가AI컴퓨팅센터 공모 돌입
유치 못하면 생존기반 흔들
광주광역시가 5년 넘게 공들인 인공지능(AI) 산업생태계 조성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정부가 2조원 넘게 들어가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사업을 별도로 추진해서다. 최근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공모에 들어간 이 사업을 유치해야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어 총력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1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AI기술이 국가 경제와 안보를 결정하는 시대에 대비해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날 19일 국가AI위원회 산하에 AI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 7일에는 기업과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국가 AI컴퓨팅 센터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정부는 오는 5월에 사업계획서를 접수받고 8월에 기업과 입지를 선정한다.
핵심 내용은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을 위해 민관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정책금융 등을 활용해 최대 2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특히 1엑사 플롭스(EF) 이상의 AI컴퓨팅 자원 확보를 목표로 오는 11월 조기 서비스를 개시하고 2027년 개소할 예정이다. 1EF 컴퓨팅은 1초에 100경 속도로 매우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계산 체계다.
정부는 이 같은 체계를 갖추기 위해 AI 가속기에 사용하는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자) H100 등급 이상을 1만개에서 1만5000개 이상을 확보한 다음 점차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또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력 확보를 지원하고, 수도권 집중을 피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만들 예정이다.
이 같은 추진 일정에 따라 현재 대구와 경북 포항, 광주와 전남 등이 기업체와 함께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 생태계 면에서 비교적 앞선 곳이 광주시다. 지난 2019년 다른 시·도와 달리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4269억원)으로 AI집적화단지를 선택했다. 이곳에 국가 AI데이터센터를 만들었고, 반도체 설계회사 등 200여개 기업을 유치했다. 여기에 오는 2029년까지 사업비 9000억원을 확보해 인공지능 전환(AX) 실증밸리 확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폴슨연구소가 지난 2019년 세계 상위 20% 이내 AI 연구자 국적을 분석한 결과 한국 연구자 비중은 2019년과 2022년 각각 2%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29%에서 47%로 크게 상승했다.
광주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지난 2020년부터 AI사관학교와 대학을 연계한 학과를 운영 중이며, AI영재고등학교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에 ‘국가 AI컴퓨팅 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만약 유치에 실패하면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광주 AI 생태계 조성사업’은 중대 위기를 맞게 된다.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국가 AI컴퓨팅 센터’에 집중되면 광주가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어서다.
강 시장은 11일 기자 차담회에서 “AI산업은 시간 싸움으로 속도와 집적을 챙겨야 대한민국에 기회가 온다”면서 “국가 AI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이 있는 광주에 국가 AI컴퓨팅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