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100대 기업 중 미국 42개사
글로벌 에너지기업 시가총액 분석 … 한국은 SK이노베이션 1개사뿐
세계 100대 석유·가스분야 에너지기업에 한국기업은 1개뿐이고, 미국기업은 4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일본기업이 각 4개사, 태국과 홍콩기업이 각 2개사인 것과도 대비된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망광구 등 미래가치가 큰 자산 취득에 소극적인 데다 한국의 상장사 주가가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아람코 1위 독보적 = 12일 내일신문이 상장사 시가총액 데이터 제공사 ‘컴퍼니스마켓캡’ 자료를 활용해 석유·가스분야 시총 세계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일 기준 시총 1위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다.
아람코 시총은 1조7890억달러(약 2603조8895억원)다. 2023년말 종가기준 시총 2조1330억달러 보다 3440억달러가 증발됐다. 석유산업의 정제마진 감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정책으로 매출이 감소한 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2위 미국 엑손모빌(4831억달러), 3위 미국 쉐브론(2734억달러), 4위 중국 페트로차이나(2001억달러), 5위 영국 쉘(1997억달러) 순이다.
6~10위는 프랑스 토탈에너지(1354억달러), 미국 코노코필립스(1289억달러), 중국 CNOOC(1181억달러), 9위 캐나다 엔비(976억달러), 10위 UAE 타카(958억달러)가 차지했다.
이중 엔비와 타카가 올해 조사에서 10위권안으로 새롭게 진입했다. 지난해 8위였던 브라질 페트로브라스(868억달러)는 15위, 9위였던 영국 BP(899억달러)는 13위로 각각 떨어졌다.
◆미국 기업들, 트럼프 취임후 시총 증가 = 상위 20위 기업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9개사로 가장 많고, 중국 3개사, 영국과 UAE 각 2개사다. 사우디 프랑스 캐나다 브라질은 1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 중 2023년말 종가대비 이번 조사에서 시총이 증가한 기업은 11개사(도표 참조)였다. 특히 미국기업 9개사는 2024년말 종가대비 이번 조사에서 시총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 효과를 본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다시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우리는 에너지가격을 낮추고, 전략 비축유를 다시 채우며, 미국산 에너지를 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우리 발밑에 있는 액체 상태의 금(liquid gold, 석유)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즈는 석유·가스기업들이 트럼프 47대 대통령 선거 캠페인 기간동안 공화당에 약 7500만달러(약 1093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석유·가스기업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개발제한에 묶여있으면서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던 환경규제를 철회할 것이란 믿음으로 그에게 고액기부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석유·가스기업들의 시총 증가는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기업 영업이익률 97% 달해 =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카타르의 메사이드 석유화학(MPHC.QA)으로 97.2%에 달했다. 미국의 걸프포트에너지와 펌록 로열티 트러스트(PRT)가 각각 89.9%, 85.3%로 그 뒤를 이었다.
시총 1~5위 기업의 경우 아람코 44.4%, 엑손모빌 14.6%, 쉐브론 13.1%, 쉘 9.2%이었으며 페트로차이나는 데이터가 없었다.
국가별 시총 100위 기업에 미국이 42개사가 포함됐다. 캐나다는 9개사로 두 번째로 많았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러시아는 6개사, 인도와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각 4개사, 중국 영국은 각 3개사다.
한국은 SK이노베이션이 79위(128억달러)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조사 92위보다 13계단 상승했으며, 2023년 종가보다 23.1%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아람코 시총이 SK이노베이션의 140배에 이른다.
이 외에 한국기업 중에선 에쓰오일 143위(47억달러), 한국가스공사 234위(18억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석유가스기업들의 시총이 낮은 이유는 유망광구, 광권 등 미래가치가 큰 자산취득에 소극적인 것과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아람코 엑손모빌 쉐브론 등과 한국의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국내기업과는 사업구조가 전혀 다른 회사라는 분석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