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의 흉기 될 ‘비관세 장벽’
사실상 상대국 모든 사항 표적
한국 무역흑자·플랫폼법 겨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관세는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는다. 상호관세 부과 때 상대국의 관세 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폭넓게 고려하겠다고 밝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세계적으로 확장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 대부분을 철폐한 한국도 예외가 되긴 힘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는 자리에는 무역 분야 핵심 참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배석했다.
‘상호주의적 무역과 관세’라는 제목의 각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를 위해 검토할 요인으로 각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함께, 비관세 장벽 또는 조치를 지목했다. 각서는 비관세 장벽 및 조치에 대해 “수입 정책, 위생조치, 무역에 대한 기술적 장벽, 정부 조달, 수출 보조금, 지적 재산권 보호 부족, 디지털 무역 장벽, 정부가 용인하는 국영 또는 민간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등을 포함해 정부가 부과한 모든 조치와 정책, 비금전적 장벽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각서에서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무역 상대국이 미국 기업, 근로자 및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불공정하고 차별적 세금이나 역외 부과 세금”도 상호 관세 책정의 검토 요소라고 밝혔다. 아울러 환율 정책과 임금 억제 정책,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불공정하게 제한하는 관행 등도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상호관세 집행을 총괄할 러트닉 지명자는 “국가별로 다룰 것”이라며 국가별 검토·협상을 거쳐 차등화된 관세율을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연구는 4월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고 “대통령에게 4월 2일부터 (상호 관세 부과를) 시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포괄적인 비관세 장벽을 상호 관세의 고려 요소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함에 따라, 한국도 표적이 될 전망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자신들의 무역 파트너 중 무역적자액 ‘톱 10’ 안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무역흑자 8위에 자리해 있으며,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 공산당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 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특정해서 언급했고, 검토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가장 많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을 먼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국측 검토가 이뤄지는 4월초까지의 시간 동안 미국은 그동안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여겨온 한국의 각종 정책과 규제를 없애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규제 중 하나는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다.
이 규제는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부당행위를 금지한다는 취지이지만,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미국 재계는 규제가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지명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