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된 해양환경 맞는 어선안전관리 필요

2025-02-14 13:00:02 게재

올해에만 벌써 29명의 선원이 해양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대형 해양사고로 인명피해가 컸던 작년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인명피해가 또다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조업 해역의 기상변화를 보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남해 먼바다는 10년 전보다 2배, 제주 먼바다는 무려 3배나 많이 기상특보가 발령되었다.

지난해에는 선박 출항통제 기준이 되는 해상 기상특보 발효 건수가 전년 대비 18.1%(291건) 증가했다. 해상에서 평균 풍속은 3.7%(0.21m/s), 최대파고는 5.0%(8cm) 이상 증가했다.

기상변화는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는 해역에서의 기상 상황이 과거보다 많이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작년과 올해 2인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어선 해양사고 16건을 살펴보면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복·침몰 사고가 9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만 해양사고로 29명 사망·실종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MTIS(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의 선박 위치 정보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상교통량은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하지만 어선의 운항시간은 7.5%(54.5시간), 운항 거리는 7.6%(300.2㎞) 증가했다. 우리 어선이 나빠진 해상환경 속에 더욱 먼 거리에서 조업하는 시간과 빈도가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월은 세월호 사고 이후 사망·실종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는데 2023년 대비 기상특보 발령 또한 2.6배 증가했다. 사고 발생 당시 기상 여건도 전년 대비 크게 악화돼 풍속은 49.2%(6.1→9.1m/s), 최대파고는 19%(1.72→2.05m) 이상 급증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해양사고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어선원 고령화에 따른 사고대응 역량 부족과 의사소통이 중요한 선상 작업 특성상 외국인 선원 증가에 따른 의사소통 문제 등 어선 운용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10년 전 3200만원에서 6600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어업가구당 부채는 경쟁 조업과 과적 등 무리한 조업을 유발한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어족자원 변화로 인해 원거리 장시간 조업을 하게 되고, 어선은 악화된 해상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게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사망·실종을 동반한 전복·침몰 사고는 전년 대비 28.7%(11.8㎞) 더 먼 해상에서 발생했다. 먼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구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 골든 타임을 잃고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의 기후변화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당장 예방하기 어렵더라도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명조끼 착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조업 시 불편한 고체식 구명조끼를 착용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벨트형 구명조끼로 전면 보급하는 게 시급하다.

근본적 변화로 인명피해 최소화

또 외국인을 포함한 어선원에 대한 현장 안전 교육이 부족하고 고령화를 대비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어선원 안전과 보건관리 업무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어선별 안전 매뉴얼 도입과 현장 컨설팅을 통해 어선에서 인명피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작업 중 안전사고 줄이기에 우선 힘써야 한다.

장기적으론 어업 구조조정이나 기업화 등의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어선에 적용되는 기존의 규제를 벗어나 기후변화의 바다환경과 조업 현실에 맞는 근본적인 어선의 구조 변화도 필요하다.

기존 어업허가 규제 틀에서 조업 효율만을 중시하는 기존 어선 형태가 지금의 바다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악화한 해상환경과 원거리 조업 환경을 견뎌내고 어선원의 복지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구조의 어선과 안전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단도 전문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