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정규직
윤석열정부 들어 대기업 비정규직 비율 급증
지난해 비정규직 41%로 역대 최대 … 10대 재벌 중 GS·HD현대·롯데·포스코·한화 전체의 절반 넘어
지난해 대기업 비정규직 비율이 41%로 2014년 고용형태고시제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줄어들던 대기업 비정규직 비율이 윤석열정부에서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18일 고용형태 공시제(2024년 3월 현재) 결과를 분석한 ‘대기업 비정규직 규모’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는 대기업이 자율적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됐다.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주는 매년 3월 31일 기준으로 고용형태별 근로자 현황을 작성해 4월 30일까지 고용안정정보망 ‘워크넷’에 공시해야 한다. 용역·도급·파견 등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소속 외 근로자’(간접고용) 규모도 공시된다.
고용형태공시제 대상 기업은 2014년 2942곳에서 2024년 4057곳으로 1115곳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 436만명에서 577만명으로 141만명 늘었다. 대기업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162만명(37.3%)에서 2024년 238만명(41.2%)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전일제·단시간·기간제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은 같은 기간 75만명(17.2%)에서 135만명(23.5%)으로 증가했다.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은 87만명(20.0%)에서 102만명(17.7%)으로 수는 증가하고 비율은 감소했다.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7.3%에서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40.3%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8년 39.8%에서 2021년 37.9%로 감소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선 2022년 39.8%에서 2024년 41.2%로 다시 증가했다.
성별로는 지난해 남성 비정규직 비율이 40.0%(146만명), 여성이 43.3%(92만명)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남성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여성은 직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고용형태공시제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 기업(166곳, 3만6000명)이 일부 포함돼 있다. 300인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한정하면 기업 규모가 클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규모별로 세분화하면 △300~499명 28.0% △500~999명 38.7% △1000~4999명 41.9% △5000~9999명 41.6% △1만명 이상 46.2%로 나타났다. 1만명 이상 기업에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33.3%로 직접고용 비정규직 비율(12.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산업별 비정규직 비율은 건설업(81.1%),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72.7%), 부동산업(63.4%),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54.0%), 숙박음식점업(53.5%), 농림어업(52.4%)에서 높았다. 수도하수폐기물처리(12.8%) 정보통신업(15.7%) 전기가스수도사업(16.0%)은 낮은 편이었다.
지역별로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곳은 울산(51.1%) 광주(50.2%) 전남(49.8%) 순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곳은 세종(30.1%) 충남(30.4%) 충북(32.9%) 순이다.
10대 재벌기업 소속 근로자 150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60만명(39.6%)이다. 이 가운데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49만명(32.7%)이고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10만명(6.9%)이다. 정규직 비율은 GS(63.0%) HD현대(58.7%), 롯데(55.3%) 포스코(52.8%) 한화(51.3%)가 50%를 넘었다. LG(13.5%)와 SK(25.2%)는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았다. 1만명 이상 거대기업 가운데 맥서브(99.0%) HDC현대산업개발(92.8%) 한국맥도날드(89.4%) 한진(88.7%) 현대건설(88.2%) 등 14개사는 비정규직 비율이 80%를 넘었다.
비정규직 비율이 10%가 안되는 대기업은 LG유플러스(2.8%) LG디스플레이(3.2%) 서울교통공사(3.7%) KT(4.6%) 에스텍시스템(5.0%) SCK컴퍼니(5.4%) 등 6개사 뿐이었다.
김유선 이사장은 “문 정부 때는 공공 부문 중심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정책을 폈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도 눈치를 보고 자제했다”면서 “하지만 윤 정부는 재계 우위 또는 재계 편을 드는 정책을 주로 펴면서 대기업들이 거리낄 것 없이 비정규직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보고서에 대해 고용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20일 설명자료를 냈다. 고용부는 “보고서는 ‘소속 외 근로자’를 모두 비정규직에 포함했으나 이들 중에선 다른 사업주가 고용한 정규직도 있다는 점에서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원청업체에서 일하는 사내하청업체 정규직(전일제) 근로자 A씨는 원청업체 기준으로는 ‘소속 외 근로자’에 해당해 A씨를 비정규직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용부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통계청 비정규직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 ‘경제활동인구조사(경활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이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2021년을 정점(17.1%)으로 최근에는 15~1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경활조사는 사업체 단위 조사이고 고용형태공시제는 기업체 단위 조사”라면서 “게다가 경활조사는 파견·용역 이외의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파악하지 못해 대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규모를 과소집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용형태공시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