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발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2025-02-25 13:00:13 게재

취임 한달을 지낸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상호모순적이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관세정책을 펼치면서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식이다. 지난 주말 서명한 65번째 투자정책 행정명령도 마찬가지다. 국가 안보를 내세워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미국을 착취한다는 주장도 세계 최강국을 꿈꾸는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계 중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대선 승리 이후 2.5% 올랐던 미 증시도 최근 약세다. 대신 온스당 3000달러에 근접한 금은 달러채권의 인기를 대체할 기세다. 트럼프 정책보다 미국 경기와 연준의 통화정책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경제정책 여파로 국제금융시장 파동

당장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5% 올랐다. 연간으로 따지면 5~6%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1년 전에 비해도 3%나 올랐다. 2023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달대비 0.4%, 1년 전보다 3.3%나 올랐다. 연준의 장기 물가목표 2%는 물론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근원 물가상승은 왕성한 총수요를 반영한다. 게다가 트럼프의 관세정책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다.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임을 보여주는 신호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는 2.7%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2.8% 중 소비의 기여도는 1.9%p 정도다. 개인소비지출(PCE)은 연간 2.5%나 상승했고, 근원 PCE 상승률도 2.8%다.

한마디로 강한 총수요가 고용과 임금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미 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4%다. 1월 시간당 임금도 지난달보다 0.5%나 더 올랐다. 임금상승은 기업의 이익이 늘어난 결과다. 물가 상승률이 3%이지만 소득도 4%나 늘어나면서 실질 구매력을 끌어올렸다는 계산이다. 이게 소비수요를 유발한 동력인 셈이다.

물론 시장의 기대효과도 무시하기 힘들다. 관세장벽을 피하려고 가계와 도매상이 상품을 선구매한 결과다. 게다가 금융 IT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를 유도한 것도 물가에 한몫했다. 지난해 9월 이후 3차례 금리를 내렸다가 1월에 멈춘 연준으로서도 앞으로 인플레 억제와 금융안정에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밖에 이민억제 정책과 미국 내 기업에 대한 감세 등도 통화정책 변수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추이를 장기간 살핀 후 단계별로 점진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전월 대비 약 10% 낮아진 64.7이다.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기업의 구매심리도 위축되긴 마찬가지다. S&P 글로벌의 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이다. PMI 50 이하면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데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의 일이다. 따라서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파동을 피하기 힘들다.

일단 한국경제에 영향력이 큰 지수는 미국의 고금리 지속이다. 이게 달러지수를 끌어올리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전체 통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고금리로 글로벌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면 글로벌 채권시장에는 악재다. 각국의 외환시장과 통화 정책 당국이 미국 눈치를 살피는 이유다. 중국 등 브릭스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크게 늘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은 탈달러 움직임을 보이는 브릭스 국가에 대해 100% 관세로 위협을 가하는 중이다. 중국계 기업의 경우 미국 내 기술 인프라 분야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한국의 강점 산업 내세워 강력한 협상력 발휘해야

앞으로의 관건은 대미 협상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 여부다. 협상력이 약한 나라 순으로 국제 무역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와 조선 에너지 국방 원자력 AI 분야와 모빌리티를 비롯해 소재 부품 장비 등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가 간 연대와 협력 범위도 넓혀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의 안보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주변국과도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는 정책은 협상으로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