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배상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회장

“관광정책, 반도체처럼 30년 설계 필요하다”

2026-04-16 13:00:03 게재

인공지능 시대, 경험·감정 기반한 관광 가치 더 커져 … “케이-콘텐츠 없어도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 필요”

모바일 기반 예약,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개인화된 여행 설계 등 기술은 이미 관광의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국 관광정책은 여전히 행사 개최와 지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을 단순 유입 확대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15일 서울 종로구 협회 사무실에서 배상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장을 만나 관광산업의 구조 전환과 정책 방향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는 관광벤처들을 중심으로 2017년 출범했다. 2026년 기준 100여개 관광벤처들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배 회장은 “초기에는 관광벤처 대표들이 모여 정보 교류를 하다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이 관광산업까지 확장할 경우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포럼 형태의 모임이 협회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협회는 트래블마트(박람회) 개최, 국회관광산업포럼 참여, 기업 간 상호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배 회장은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의 역할에 대해 “직접적 기업 지원 조직이라기보다 관광산업 생태계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라며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관광산업 구조를 이야기하는 조직이 부족한 만큼 그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현 관광정책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현 관광정책은 산업정책이라기보다 지원사업에 가깝다”며 “행사나 축제 등 단기 지원 중심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광정책을 반도체정책과 비교하며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정책은 30년에 걸쳐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구축하며 성장했다”면서 “관광정책도 마찬가지로 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한 기고에서 관광벤처정책이 공모전과 지원금 중심에 머물러 성장 단계(스케일업 단계)에서 자본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관광을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콘텐츠 발굴과 데이터 기반 구조 구축, 지역 콘텐츠 창작자(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장기적 생태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광산업의 성장 기반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배 회장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곧 산업 성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케이-팝, 케이-드라마 같은 케이-콘텐츠에 의존한 유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런 콘텐츠가 없다면 한국 관광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프랑스 파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파리가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특정 행사 때문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벤처의 해외 경쟁력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다. 배 회장은 “국내 관광벤처 상당수가 내수 중심 사업에 머물러 있다”며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광이 주요 산업인 태국 사례를 언급하며 태국과 같은 국가들은 창업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국내에서 성공한 뒤 해외로 나간다는 접근이 일반적이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관광산업의 본질을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관광의 가치가 더 커진다”며 “관광은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는 관광산업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의미 있는 시간과 경험을 설계하는 산업이라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배 회장은 “관광산업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이제 관광은 행사나 축제가 아니라 산업으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과 기업, 콘텐츠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관광객 수 증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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