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중동전쟁 끝나가나 위기는 이제 시작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주유소 판매량(58만9000㎘)이 작년보다 13.2% 줄었고, 4월 둘째 주 판매량(59만4000㎘)도 11.3% 감소했다. 4월은 온갖 꽃이 만발하는 행락철이다. 일각에선 고유가로 국제선 항공요금이 폭등하니 국내 여행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 섞인 ‘국내여행 반사이익론’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었다.
필자는 4월 첫주말 강원도 한계령 아래 오색온천에 갔다.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A식당에 들렀다. 둘러봤다. 상당히 넓은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점심 시간이었으나 손님이 한팀도 없었다. 인근 B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행락철에 그렇게 북적이던 오색온천 일대 식당가가 이란전 폭격을 받은 형상이었다.
미국의 이란 폭격에 한국 자영업자가 초토화 된 셈
며칠 전 블랙데이가 있었다. 당일, 직장 근처 프랜차이즈 중국집이 자장면을 3000원대 반값에 서비스했다. 점심 때 지나가다 보니 젊은 직장인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하지만 저녁때 지나가다 보니 음식점 안이 썰렁했다. 저녁에도 마찬가지 가격으로 팔고 있었으나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하자마자 쏜살같이 집으로 갔기 때문이다. 맞은 편 유명 설렁탕 집도 썰렁하기란 마찬가지였다. 친분이 있는 주인장이 “미국이 이란을 폭격했는데 애꿎은 우리가 초토화된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 주가를 비롯해 세계 주가는 이란전 발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로는 계속해 ‘석기시대’ 운운하며 이란을 겁박하나, 조기 종전을 희망하는 속내를 계속해 드러내기 때문이다.
‘TACO(트럼프는 언제나 꼬리를 내린다) 법칙’이 작동한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갤런당 2달러대였던 휘발유값이 폭등해 플로리다 등은 6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리터로 환산하면 2000원대를 훌쩍 넘어 우리나라 주유소 휘발유값보다 비싸졌다.
국토가 워낙 넓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에선 기름값이 민심 흐름을 결정짓는 대표적 요인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준 것도 기름값 등 물가 급등 때문이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후 잔여임기 2년을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야 한다. 현재의 여대야소가 여소야대로 바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시쳇말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탄핵을 할 만한 사유들도 즐비하다. 공화당 역시 중간선거에 참패하면 ‘탈(脫)트럼프’가 급류를 탈 게 확실하다. 2년 뒤 선거에서 자신들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역사상 초유의 탄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이란전의 늪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트럼프가 종전을 하더라도 세계에 남긴 상처가 너무 크고 깊다는 점이다. 이란전 과정에 망가진 중동의 산유시설을 복구하기 위해선 최소한 연말까지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종전후 국제 안보질서도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이란전을 돕지 않은 나토를 비롯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에 노골적으로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무역협상,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감축,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놓고 미국과 협상중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성 싶다. 11월 중간선거 때까지는 ‘트럼프 리스크’로 계속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셈이다.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트럼프 리스크’로 긴장 계속될 듯
우리뿐 아니라 세계 모두가 11월 이후를 바라보는 듯 싶다. 중국 고위층은 대북관계 개선에 역할을 해 달라는 우리 정부 요청에 “11월 이후에나 북한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북한이나 중국 모두 트럼프의 힘이 빠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트럼프 2기 집권후 ‘달러 패권’의 종언이 최소한 10년이상 앞당겨졌다는 게 중론이다.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급류를 탈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사를 보면 이같은 권력 이동기가 가장 위험하다. 세계대전도 다 이런 때 발생했다. 중동전쟁은 그 신호탄에 불과할 수 있다. 중동전쟁이 끝나갈 조짐이 보인다고 해서 긴장을 풀고 원대복귀할 때가 아니다.
박태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