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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이후에 해야 할 일

2026-04-17 13:00:06 게재

지금 헌법 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라는 두 관문이 남아 있지만 39년 만에 국가의 기본틀에 손질이 가해지는 일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정치권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 의원 187명이 공동 발의해 국무회의를 거쳐 공고된 이번 개헌안은 한 마디로 본격 개헌을 위한 물꼬를 터는 데 집중한 안으로 보인다. 6.3지방선거 투표 일정에 맞춰 합의 가능한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을 발의자들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국회의 계엄 통제권 강화,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의무 명시 등 정파 간 이견이 없는 내용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동안 개헌 논의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됐던 역사를 보면 이해할 만하다. 6.3지선이 ‘개헌 선거’가 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국힘도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힘이 찬성 당론으로 돌아서거나 소속 의원 1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다면 개헌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48시간 내 승인’ 조항의 위험성

개헌이 불발되더라도 후속 개헌 논의와 현행 헌정체제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위헌 위법한 계엄은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한다며 국회에 계엄 해제권과 승인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한 부분이다. 계엄 해제권이든 승인권이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지금의 국회 의석 구조는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대통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황이고 국회가 거수기 노릇을 하는 정치구조라면 ‘48시간 내 승인’ 조항은 되레 내란 행위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거꾸로 국회의 힘이 지나치게 커져 진짜 계엄 국면에서도 대통령이 무력해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래서 향후에는 계엄 요건을 ‘전시 사변’으로만 한정한다든가 승인권을 국회만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찾을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발전 의무 조항은 취지는 좋다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균형발전을 더 길고 더 자세하게 헌법에 명시하면서도 그 강력하고 실질적인 수단인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그대로 두었다.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과 수도권 민심을 가르는 민감한 사안을 피함으로써 ‘필요한 개헌’이 아니라 ‘통과 가능한 개헌’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5.18과 부마항쟁을 헌법 전문에 명시한 것은 잘한 일이다. 현행 헌법체제를 낳은 6월항쟁이 포함되지 않은 게 아쉽긴 하지만 4.19를 혁명이라고 부르고 그 이후에도 계속된 국가 폭력과 이에 맞선 저항의 역사를 서술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를 드높였기 때문이다.

헌법 전문은 단순한 역사 서술이나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헌법 해석의 기준점이자 국가가 어떤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선언하는 문장이다. 실제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도 구체적 사건에서 헌법 전문이 해석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헌법재판소는 현행 헌법이 국민의 저항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헌법 전문에 근거해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대법원은 12.12 및 5.18사건 재판을 통해 전두환 등을 내란범으로 처벌함으로써 시민의 무장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헌법정신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최근의 12.3계엄을 비롯한 과거의 헌정유린사태는 헌법의 미비점보다 그것을 무시하고 권력을 잡으려던 개인의 일탈에 의해 벌어진 것이었다. 박정희의 유신쿠데타, 전두환의 12.12~5.18, 윤석열의 12.3내란이 다 그렇다. 그리고 유린된 헌정을 정상으로 되돌린 것은 국민 저항에 의해서였다. 12.3내란도 ‘빛의 혁명’을 일군 시민과 자제력을 발휘한 군의 적극적 또는 소극적 저항이 없었다면 막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개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헌 후에 할 일이다. 헌법정신을 정책으로 구체화해 시민정신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주의 기록 및 연구,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가. 4.19민주이념을 강조하면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했는가. 4.19나 5.18 같은 민주주의 기념일 하나를 최소한 공휴일로 삼는 문제를 논의라도 해보았는가. 민주주의가 헌법 전문에 장식물로만 있어서는 안 된다.

신동호 현대사기록연구원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