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산 시 재취업지원회사에서 재취업 준비

2026-04-17 13:00:07 게재

독일은 파산이나 불가피한 구조조정으로 대량 해고가 발생할 때, 노동자가 실업 상태로 곧바로 전환되는 것을 막고 고용관계를 유지한 채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바로 재취업지원회사(Transfergesellschaft)이다.

이 회사는 사회법전 제3권 제111조에 근거해 설립되며 노동자는 파산이나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과의 고용관계를 종료함과 동시에 재취업지원회사와 최대 12개월의 기간제 고용계약을 체결한다. 이 기간 동안 노동자는 ‘실업자’가 아닌 ‘고용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직업훈련, 취업알선, 창업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에어베를린 파산하자 노동자 고용유지하며 재취업 준비, 참여자 80% 이상 ‘만족

단축근로란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에 정한 통상 근로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것이다. 독일 단축근로는 주로 경기 침체기에 활용됐다. 2008~2009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시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적 혼란 시기에 주문과 매출이 감소됐을 때 도입됐다. 노동자는 단축근로를 통해 임금, 고용과 숙련을 유지하고 기업은 숙련노동자를 잃지 않고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부와 연방고용청은 실업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실업수당으로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사전적으로 단축근로 임금보전금으로 지급해 실업을 예방하면서 고용정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출처: www.igmetall.de

2017년 항공사 에어베를린(Air Berlin AG) 파산에서 제도를 살펴보자. 한때 독일에서 두번째로 큰 항공사였던 에어베를린은 누적된 부채와 경영 불안, 경쟁 심화 속에서 파산에 이르렀고 수천명의 노동자가 실직의 위기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직원 약 1500명이 재취업지원회사로 이적했다. 이들은 실업을 피해 새로운 고용관계 속에서 재취업을 위한 지원을 받았다.

재취업지원회사는 개별 상담과 그룹별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지원서 작성 교육, 직무 탐색, 구직 네트워크 연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초기 6주 동안 평균 2.5회의 개별 상담이 이뤄졌고 각 상담은 30~90분에 걸쳐 진행되는 등 밀도 높은 지원이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재취업지원회사를 통한 재취업률은 약 60~80%, 전환 기간은 6~12개월이 소요된다. 고령자나 저숙련 노동자의 경우 전환이 길어지는데 에어베를린의 경우 저숙련 노동자의 비율이 낮아 이 기간을 단축했다.

재취업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설문조사에서 참여자의 81.4%가 이 회사의 재취업 지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약 89%는 유사한 상황에 놓인 동료에게 이 제도를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후에도 2013년 Praktiker AG, 2022년 MV 조선소, 2024년 FTI 그룹 사례에서 재취업지원회사는 대규모 실직자의 재취업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기업 파산, 노동자 삶의 붕괴가 아니다

앞서 봤듯이 재취업지원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노동자가 기존 기업과의 고용관계를 종료하더라도 곧바로 실업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자는 1년간 이 회사에 소속돼 임금의 상당 부분을 보전받으며 재취업을 준비한다.

이때 지급되는 이전단축근로수당은 실업급여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실업급여 수급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회사 고용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실업급여를 온전히 지급받을 수 있어 소득보장 기간이 연장된다.

또한 많은 경우 파산한 기업이 급여를 추가 보전해 기존 임금 수준에 근접한 소득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급격한 생활수준의 저하를 피할 수 있다. 이는 구직의 질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실업자는 생계 압박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의 적합성을 충분히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재취업지원회사에 속한 노동자는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자신의 경력과 적합한 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실업은 개인에게 낙인효과와 사회적 고립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재취업지원회사는 공식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해 이러한 부정적 효과를 완화한다. 동시에 체계적인 상담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는 자신의 역량을 재정비하고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재취업지원회사는 해고를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으로 전환시킨다. 기업 파산이나 구조조정이 곧바로 노동자 삶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완충장치로 기능한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