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호르무즈 자유 통항, 국제사회가 나설 때다
작년 6월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12일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새로운 운명을 맞기 시작했다. 이 해협은 이미 기원전 3000년 수메르 문명 시대부터 페르시아만-인도양 간 교역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 기간 중의 ‘탱커 전쟁’이나 2019년 이란의 영국 국적 석유제품 운송선 나포 사건은 위치상 해협과 관련은 있었으나 해협 자체의 봉쇄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해협 봉쇄가 ‘전략 무기’ 목록에 오른 것은 작년 6월 이란 의회가 해협 폐쇄를 승인한 것이 처음이다. 다만 당시 이란 최고안보회의는 ‘12일 전쟁’이 종료되자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은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받자마자 해협 봉쇄를 실행했다.
이는 생사기로에 놓인 이란 정권이 주변 아랍 국가들에 대한 공중공격과 함께 선택한 벼랑 끝 전술이다. 이란은 이를 통해 국제유가 앙등, 미국 내 물가 상승, 미국과 걸프 산유국 간 불화 발생을 노렸다. 사우디 등 걸프국가들은 안보 취약성 때문에 대응을 극도로 절제 중이지만 물가앙등은 전지구적이다. 국제해협인 호르무즈 해협의 일방적 봉쇄는 당연히 불법이지만 이 문제가 4월 11일 미국-이란 간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와 함께 2대 쟁점이 된 것은 이란측 의도가 통했다는 의미다. 1971년 영국이 아덴 동쪽 지역에서 철군하며 걸프 트루셜 국가들을 독립시킬 당시 아부 무사와 대·소 툰브 섬을 점유했던 모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는 현 상황을 예견했을까.
이란의 벼랑 끝 전술과 글로벌 재앙
미국-이란 간 휴전 협상에서 해협 문제 관련 논의 내용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란이 ‘제한적이고 통제된 해협 통과’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이란의 불법 행위(통과 대상 선박의 선별과 통과료 부과)를 권리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21시간의 협상이 일단 성과 없이 끝나자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강화를 위해 4월 13일부터 해협에 대한 역봉쇄를 개시했다. 정확히는 이란 항구에 출입하는 선박들을 차단하고 이란혁명수비대에 통과료를 납부한 선박은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이란의 재정 압박과 해협 통제 무력화다. 여기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양국 간 해협 봉쇄를 둘러싼 치킨 게임이다. 이 상태로 종전 협상이 장기화하고 이란의 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가 지속된다면 세계 경제와 걸프 국가들은 재앙에 빠질 것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두 가지 근거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38조 위반 행위의 교정과 각국 경제 안보의 수호다. 그런데 거의 50일 동안 국제사회는 이란의 행동에 대해 비판을 했을 뿐 실효적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우방국들에게 이란의 해협 봉쇄 무력화를 위한 협조를 구했지만 호응한 나라가 없었다. 그는 미국이 이미 승리했으니 중동 해역의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우방국들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이렇게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무력한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미국·이스라엘이 이란 공격 개시 전 협의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들은 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소유 시도 때문에 깊어진 불신을 이번 사태로 재확인했다. 둘째, 그들은 이번 이란 전쟁의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란의 해협 봉쇄를 무력화하기 위해 그들이 군함을 파견한다면 명분 없는 전쟁에 동참하는 셈이 된다. 게다가 이란의 각종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갖춘 군함을 파견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그들은 지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핵심 요구인 ‘영원한 제로 우라늄 농축’에 대해 전적으로 수긍하지는 않는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탈퇴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2015)의 도출을 위해 애썼던 국가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국내 정치적으로 2015년의 해법을 수용하기가 매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 장치 마련해야
어떤 사정이 있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통과료 부과는 국제법 위반이고 걸프 국가들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방치는 의도치 않게 이번 전쟁의 장기화를 초래하는 측면도 있다. 나아가 이번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잘못 다루면 유사한 상황이 향후 지구상의 여타 해상 물류 요충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효과적인 방법을 조속히 마련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을 신속히 회복하고,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