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 AI 산업혁명의 성공 조건
세계 인공지능(AI) 산업계가 용쟁호투의 결투장으로 변했다. 2022년 말 챗GPT가 출시되면서 미국의 독주가 시작되었는데 철옹성처럼 보였던 미국의 독주체제는 금년 1월 중국의 딥시크 출현으로 일순간에 무너졌다. 창업 2년 차에 연구개발 인력이 139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국 토종 인재로 구성된 딥시크는 저렴한 개발비용으로 미국 오픈AI와 대등한 성능의 AI를 개발했다.
미국 산업계는 충격에 빠졌고 주가는 폭락했다. 딥시크가 특히 미국 산업계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코드와 데이터 모두를 완전히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채택하고 가격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일반 사용자는 무료이고 개발자에게도 경쟁사 대비 최대 90%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기반을 훼손하는 동시에 개방형 중국과 폐쇄형 미국의 대결이라는 미국 입장에서는 불편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딥시크 성공을 계기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지만 중국의 AI산업은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이고 미국 산업계는 선두 지키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므로 미중간에 사활을 건 AI 혁신경쟁은 가열될 것이 분명하다.
미중간 AI 경쟁 격화되면서 산업혁명 시기 앞당겨질 전망
대규모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일반인공지능 개발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는 미국기업의 천문학적 투자에 기가 꺾였으나 최근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9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하고 금년 2월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위원회를 개최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LLM 개발을 목표로 데이터·GPU 등 연구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월드 베스트 LLM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5월 ‘AI산업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기술 산업 표준 정책 등 4개 분야에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여 금년 1월 말 산업 AI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대표적으로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2027년까지 200개 선정하여 성공모델을 만들고 업계에 확산할 계획이다.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미중갈등으로 인해 평화롭던 세계는 힘이 지배하는 지정학의 시대로 후퇴했으나 산업혁명을 몰고올 AI 기술의 발전은 주마가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AI 산업혁명의 시기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져 대응의 속도는 빨라져야 하고 전략도 더 분명해져야 한다.
국가전략 산업 AI 중심으로 재편해 AI 시대 선두그룹 진입해야
세가지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LLM에 기반한 일반인공지능 개발보다 산업 AI의 핵심에 해당하는 ‘AI 기반 생산 시스템(dark factory)’의 개발이 국가 대표 프로젝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반인공지능은 미국과 중국이 우리가 추격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해 있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한 산업국가로서 AI 기반 생산 시스템 개발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반 생산 시스템은 디지털 트윈, 강화학습과 종단 간(end-to-end) 학습, 휴머노이드 로봇, 사물인터넷 등을 비롯하여 산업 AI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 프로젝트로서 AI 산업혁명의 궁극적인 방향이다. 각자도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 AI는 개별 주체가 아니라 전체 구성원의 데이터를 모아서 학습할 때 가장 우수한 지능을 획득할 수 있고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성과가 커지는 사회적 성격의 기술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데이터 제공 협력 여부가 AI 모델 성능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한국형 민관협력 전통을 살려서 기업의 데이터 제공 협력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협력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대중 경쟁에서 양국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산업 AI에서 세계 선두에 설 수 있다는 원대한 비전을 갖고 정부는 민관협력 체제를 강력하게 끌고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