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회사, 파나마운하 항만지분 미에 매각
CK허치슨→블랙록측
트럼프 압박 효과인 듯
미국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홍콩계 회사로부터 파나마 운하 항만 운영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홍콩계 회사의 항만 운영권 소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주장에 빌미가 됐던 만큼, 미국-파나마간 운하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은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사업 부문을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TiL 그룹 컨소시엄(블랙록-TiL 컨소시엄)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컨소시엄은 파나마 운하 발보아 항구 및 크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하는 파나타 포트 컴퍼니에 대해 허치슨 포트 홀딩스(HPH)가 갖고 있는 지분 90%를 인수한다.
또 중국 및 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 사업 부문에 대한 지분 80%를 포함한 기타 자산 등도 블랙록-TiL 컨소시엄이 인수한다. 파나마 항구 항만을 포함한 HPH 매각 대상에 대한 기업 가치 규모는 228억달러(33조2000억원 상당)로 합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0% 지분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소유한 항만 운영사 PSA가 보유하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은 고객에게 차별화한 투자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글로벌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CK 허치슨은 “이번 거래로 약 190억달러(27조7000억원 상당) 이상의 현금 수익이 들어올 것”이라면서 파나마 운하와 관련된 정치적 뉴스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CK 허치슨 측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계약 성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부터 미국 선박에 대해 과도한 운하 통행료를 문제삼으며 운하 운영권 환수를 주장했다. 특히 “파나마 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중국이 운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의 관련 언급이 홍콩계 기업 CK 허치슨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파마나 정부가 CK 허치슨과의 계약을 해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운영실태 감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육군 전쟁대학의 라틴 아메리카 연구 교수인 에반 엘리스는 “허치슨은 전략적으로 파나마가 다른 곳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