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육교육으로 학력 격차를 줄이자
체육수업으로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학력 격차의 근원은 경쟁 교육이다. 다양한 해결책이 시도됐지만 ‘돈이 들어가는’ 방법이 대부분이었고 효과도 없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력 격차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확대됐다. 부모의 경제력, 도시와 농촌의 교육 환경 등은 여전히 학력 격차를 확대하는 요소다. 사교육 환경도 학력 격차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으로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실행되기 전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체육교육의 재발견
필자가 체육을 학력 격차의 주요 수단으로 주장하는 건 체육이 갖는 장점이 많아도 부작용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필요한 건 체육의 ‘재발견’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는 저서 ‘운동화를 신은 뇌’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신체활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얘기다. 존 레이티 교수는 뇌의 전전두엽의 활성화가 두뇌 활동을 촉진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걸 과학적으로 밝혔다. 미국 시카고 네이퍼 빌 고교에서의 ‘0교시 체육’의 효과가 신체활동이 학력 신장을 가져오고 나아가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국의 학교 체육은 경쟁 교육 체계에서 들러리에 머물고 있다. 2027년에야 초등학교에서 체육수업이 학교장 판단으로 재개되지만 이마저도 많은 반대를 뚫고 결정됐다. 고교에서의 체육수업은 1~2학년 때까지라고 생각한다. 수능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체육의 등한시가 당연한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다.
앞으로 미래 세대가 마주할 세상은 ‘인간다움’이 경쟁력이다. 아이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AI와 ‘인간다움’으로 차별화될 때 살아남을 수 있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체육교육은 이 인간성을 강화한다. 육체적 강인함과 정신적 풍요로움은 AI와 경쟁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기본이기도 하다.
주목되는 체육 교사 역량
체육 교사들이 묵묵히 움직이는 것도 제자들의 미래 때문이다. ‘좋은 체육수업 나눔 연구회’가 대표적이다. 조종현 체육 교사가 핵심 역할을 하는 이 연구회는 한달에 한번 새벽 3시간 전국에서 모인 체육 교사들이 새로운 이론을 공부하고 새로운 교육 방법을 실습한다.
조종현은 3개의 SNS 단체대화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 체육 교사의 1/3이 참여하고 있다. 대화방에서는 체육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논의와 새로운 수업에 대한 의견이 활발히 오간다. 체육 교사들의 노력은 어제오늘 시작된 게 아니라 역사가 깊다. 사회가 경쟁 교육에 매몰돼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부산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체인지(體仁智)의 원조는 오정훈 구룡중 교장이 2009년 장학사 시절 서울 각급학교에 도입한 ‘일주일에 5일 이상 30분 이상 운동하자’라는 ‘7530’이다.
특목고에서도 체육 교육은 통했다. 광주과학고에서 박남순 체육 교사의 주도로 2011년 시작해 6년간 지속된 ‘0교시 체육’을 경험한 학생들은 “많은 걸 얻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지금 한창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맨발 걷기도 대구의 최순나 초등교사에 의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서울대 윤리교육과를 다니다 체육교육과로 전과한 후 체육 교사가 된 박재전은 체육이 중심이 된 ‘패드민턴(Padminton) 수식 로드’라는 융합 수업으로 수포자 해결의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3년 5명의 교사에 의해 개발된 이 수업은 학생들이 패드민턴을 하며 수의 개념을 익혔다. 체육 교사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 체육수업의 활성화는 더 강력히 더 넓게 확산해야 한다.
미래 세대가 세계 무대에서 만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아이들은 국가 주도의 체육교육 덕분에 ‘몸도 마음도 튼튼히’ 기초를 닦고 있다. 우리 아이들만 경쟁에서 신음하고 있다. 체육교육 활성화는 한국의 체덕지(體德智) 교육 전환에 마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