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과자 비료 술… 미국 내부서 역풍 우려 급증

2025-03-06 13:00:06 게재

“식탁 물가에 직격탄”

“칩스법 폐지, 일자리 소멸”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전세계적인 파장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는 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발효된 데 더해 내달 2일부터 수입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가정의 식탁 물가가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이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과일과 채소, 설탕, 커피, 육류의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이미 하늘 높이 치솟은 미국의 식품 가격을 훨씬 더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신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기타 원예 상품은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소비량이 큰 설탕, 커피, 코코아, 기타 열대 농산물의 비중이 약 15%다. 멕시코는 특히 미국에 설탕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미국 설탕 수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내달부터 미국이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설탕을 비롯한 이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농산물 관세는 미국 농부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 농가는 칼륨 비료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약 85%를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의 주요 수출 농작물인 대두, 옥수수, 밀 등의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되는 관세가 과자나 주류, 레스토랑 메뉴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례로 쿠키 제품 ‘오레오’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식품업체 몬덜레즈 인터내셔널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오레오와 ‘리츠’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지난달 데킬라를 멕시코에서, 위스키를 캐나다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이들 제품의 판매 비중은 이 회사의 미국 전체 판매 실적의 45%에 달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ct)을 폐지하고 남은 예산으로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미국내 관련 주지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22년 8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칩스법에는 미국 반도체 제조 및 관련 부품에 대한 보조금 390억 달러와 정부 대출 권한 75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애리조나 주 하원의원 그렉 스탠튼은 “애리조나의 반도체 산업과 수만 명의 애리조나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말했고, 호컬 주지사는 이 법안이 마이크론의 1000억 달러 투자와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각국의 반발을 부르면서 미국 내부에까지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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