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과자 비료 술… 미국 내부서 역풍 우려 급증
“식탁 물가에 직격탄”
“칩스법 폐지, 일자리 소멸”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전세계적인 파장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는 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발효된 데 더해 내달 2일부터 수입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가정의 식탁 물가가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이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과일과 채소, 설탕, 커피, 육류의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이미 하늘 높이 치솟은 미국의 식품 가격을 훨씬 더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신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기타 원예 상품은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소비량이 큰 설탕, 커피, 코코아, 기타 열대 농산물의 비중이 약 15%다. 멕시코는 특히 미국에 설탕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미국 설탕 수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내달부터 미국이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설탕을 비롯한 이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농산물 관세는 미국 농부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 농가는 칼륨 비료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약 85%를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의 주요 수출 농작물인 대두, 옥수수, 밀 등의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되는 관세가 과자나 주류, 레스토랑 메뉴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례로 쿠키 제품 ‘오레오’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식품업체 몬덜레즈 인터내셔널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오레오와 ‘리츠’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지난달 데킬라를 멕시코에서, 위스키를 캐나다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이들 제품의 판매 비중은 이 회사의 미국 전체 판매 실적의 45%에 달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ct)을 폐지하고 남은 예산으로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미국내 관련 주지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22년 8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칩스법에는 미국 반도체 제조 및 관련 부품에 대한 보조금 390억 달러와 정부 대출 권한 75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애리조나 주 하원의원 그렉 스탠튼은 “애리조나의 반도체 산업과 수만 명의 애리조나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말했고, 호컬 주지사는 이 법안이 마이크론의 1000억 달러 투자와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각국의 반발을 부르면서 미국 내부에까지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