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은의 금리인하, 우려와 대응
최근 한국은행이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 연 2.75%로 조정했다. 이는 2년 4개월 만에 2%대로의 진입으로, 경기둔화 압력이 환율부담보다 더 크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내수를 촉진하기보다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과거에도 금리인하는 경제성장보다는 부동산 투기와 가계부채 급증을 촉발하는 경로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금리는 경제주체들의 현재와 미래 간 선택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비용이 감소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래 자원을 앞당겨 사용하는 효과가 발생해 부채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미래보다 현재 만족을 더 크게 평가하는 근시안적 선호가 작용하며, 금리인하로 인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이는 금리인하가 단순한 소비진작 효과를 넘어 부채를 활용한 소비 및 투기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내수촉진보다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과열 초래할 가능성
행동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손실회피 성향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될 경우 사람들은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금리인하 이후 시장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정책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향후 더욱 심각한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부채 증가와 자산시장 과열을 방지하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금리인하가 부채증가와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지지 않고 내수활성화와 경제성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가계의 미래소득 증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완화가 맞물리면서, 부채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가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인공지능(AI) 등 혁신산업을 육성하고, 지속성장에 대한 비전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 금융권이 단순히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중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아닌 실물경제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유도가 필수적이다.
셋째, 금리인하가 모든 금융자원을 부동산으로 몰리게 할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혁신과 투자 촉진하는 구조적인 정책 처방 시급
넷째, 소비진작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세제 혜택, 노동시장 개혁, 사회안전망 강화 등 실질적인 내수 활성화 조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금리인하가 내수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금리조정과 부동산 경기부양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고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금리인하가 투기적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기업 혁신과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보다 구조적인 정책 처방이 시급하다.